[월요논단]인공지능 교사 채용을 제안한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 과감한 투자와 정책으로 지금의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요즘 공학계는 여러모로 절망감에 빠져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 열망이나 전공 호기심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공학 교육에 꼭 필요한 미적분학이나 물리학·화학 기본 지식이 부족해 대학에서 별도 강의를 개설해야 하고, 이로 인해 전공 수업 부실화와 전공 이수 학점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보면 수학 평가 범위에서 '기하' 과정이 빠질 것이라고 한다. 과학에서는 '과학Ⅱ'가 빠진다고 하니 현행 대학 과정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려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수능시험 개편 과정 가운데 수험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 시민 사회의 사교육비 경감 요구가 많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현행 입시 체제 아래에서는 시험 범위가 좁아든다고 학습량이 줄어들거나 사교육비가 낮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현실을 감안할 때 현행 입시를 바꿀 묘안은 아직 없다. 그나마 대학 자율에 학생선발권을 맡겨 둔다면 시행착오를 통해 제자리를 잡아 가겠지만 상호 신뢰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이는 위험한 실험으로 간주한다. 대학 입시 경쟁이 존재하는 한 사교육비는 꾸준히 지출될 것이고, 수학과 과학 과목을 포기하는 학생은 더 늘어 갈 것이다. 사교육비를 쓰지 않아도 누구나 좋은 수학과 과학 교육을 받게 할 방법을 찾아보자.

우리는 공교육 예산으로 55조원, 사교육비로 18조원을 지출하는 나라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문제풀이를 위한 반복 훈련만 시키고 있다. 그러니 대학에 가서 공부할 기초 학력이 부족하고, 지식 호기심이나 학문 탐구 열정도 없는 것이다. 수학과 과학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업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켜야 하고, 개인 수준에 맞춘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때면 언제라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서는 '에이미'라는 새로운 수학 교사를 채용했다. 에이미는 절대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학생이 모른다고 해서 자존감을 꺾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이해할 때까지 곁에서 돕는다. 문제풀이 과정을 지켜보고 오류를 짚어 주며,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자세히 설명한다. 더욱이 에이미는 학생 수백만명을 동시에 가르칠 수 있다. 추가로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AI) 교사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수학·과학 AI 교사를 만들 것을 요청한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AI 교사를 만날 수 있게 말이다. AI 교사는 학생마다 맞춤형 교육을 시킬 수 있다.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잘 못하는 학생에게는 기초부터 재미있게 학습하도록 돕는다. AI 교사가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목으로 확대될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AI 교사가 학생의 학습 태도나 습관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계해 생활 습관과 감정까지도 관찰, 적절한 시기에 운동과 휴식을 권유하는 건강 도우미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AI 교사가 생겨나면 일반 교사는 인성 교육, 학생 멘토, 토론 수업 진행자 역할을 수행한다. AI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여기에서 제안하는 AI 교사는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학습시스템'으로, 초·중·고교 교사뿐만 아니라 대학 교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 AI 교사가 개발되면 사교육비 없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okwo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