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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특히 인터넷 발달로 정보 획득이 쉬워지면서 똑똑한 합리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민간 소비 2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쇼핑몰은 소비자의 시장 정보 수집 능력을 전격 향상시켰다.

소비자는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가격, 품질 등을 충분히 비교한 후 최종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소비자는 'A 제품은 가 쇼핑몰이 싸고 B 제품은 나 쇼핑몰이 싸다'는 정보를 공유한다. 정보 비대칭이 점차 해소되는 추세다. 정보 비대칭은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가 불균형 상태에 있으며, 한쪽이 더 많은 정보를 취해서 이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면 적정 가격 이상의 고가 구매(흔히 말하는 바가지)가 나타나거나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게 된다.

공공조달 시장 가격도 수요와 공급을 기본으로 하여 결정된다. 다만 국내 제조 중소기업 지원, 장애인 기업 등 약자 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기업 지원 등 정책 목표가 가격에 반영되는 점이 다르다. 보통 정부 구매에서 품질이 같으면 저가 구매가 큰 방향이다. 국민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정부 구매에서 가격만 고려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정책 목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구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대표 사례가 태극기 구매다. 중국에서 제조된 태극기는 국내 제조 태극기에 비해 저렴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산 태극기를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 단체 유니폼이 중국산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결국 미국산 유니폼으로 변경했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기업은 공급 제품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기업이 제시하는 정보와 시장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 현상은 민간 시장에 비해 심하다. 대표로 민수 시장 모델과 일부 규격 및 모델 번호를 달리한 제품을 고가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사례, 값싼 수입 완제품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서 납품하는 사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조달 기업에 접근해서 납품을 미끼로 불법 수수료를 요구하는 불법 브로커 사례 등이 있다.

조달청은 이처럼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공공조달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종합쇼핑몰 '적정 가격관리 종합계획'을 마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민간 쇼핑몰과 미국, 캐나다 등 외국 조달 기관 사례를 바탕으로 70여년 동안 축적된 조달청 가격 조사 전문성을 반영한 혁신 계획 방안이다.

시장별 이중 가격 형성 차단을 위해 관수용 제품 모델을 민수용으로 통일시키고, 시장 간 가격 비교 효율화를 위해 조달청 종합쇼핑몰과 민간 온라인쇼핑몰 연계를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고가 구매를 야기하는 불법 브로커와 불공정 조달 행위도 근절시킨다는 목적도 있다. 또 창업·벤처 기업 전용 쇼핑몰인 벤처나라 활성화와 일부 다양한 규격이 있는 품목에 대한 오픈마켓 도입으로 시중 가격을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공공기관도 민간 시장 소비자처럼 좀 더 정확한 제품과 가격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면 최저임금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르는 제품 가격 조정도 쉬워진다. 조달청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시 적정 가격을 보장해 주고, 민·관 조달가격협의체를 통해 조달 가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달청뿐만 아니라 조달기업,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적극 필요하다. 국민이 정부가 예산을 얼마나 효율 집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 줄 때 공공조달 시장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박춘섭 조달청장 cpark215@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