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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인 중국이 공격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신기술에 투자하면서 기술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임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산·학·연의 높은 관심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30일 인천 송도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18회 국제원자층증착(ALD) 콘퍼런스 프로그램 의장을 맡은 박진성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차세대 공정을 실현할 기술로 ALD를 꼽았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와 플렉시블·폴더블 등 한층 형태가 자유로워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구현하는데 ALD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LD 기술은 반도체 분야에서 상용화됐으나 디스플레이 시장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렀다. 기존 CVD 공정보다 도입 비용이 비싸고 제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생산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양산 도입은 망설이는 분위기다.

중국이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 국산화에 본격 나서면서 ALD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술 초격차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중 하나로 ALD가 꼽힌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극자외선노광(EUV) 공정 도입이 확산되면서 미세 패터닝용으로 ALD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웨이퍼에 나노 수준의 미세한 패턴을 새기려면 증착하는 막의 두께도 얇아져야 한다. ALD는 원자단위로 미세하게 막을 형성하므로 기존 증착장비보다 EUV 공정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플렉시블 OLED에 이어 폴더블, 롤러블 등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가 양산을 앞뒀다. ALD 기술은 수분과 산소에 취약한 OLED 유기물을 보호하는 봉지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 무기막을 형성할 때 CVD 대신 ALD를 적용하면 폴더블처럼 패널을 구부렸다 펴도 봉지막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 폴더블, 스트레처블 등 다양한 형태 패널이 높은 품질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이같은 관심에 힘입어 올해 국제 ALD 콘퍼런스에 역대 최다 참가자가 몰렸다. 지난해 914명이 사전 등록했고 올해는 약 950명이 사전 등록했다. 실제 참가자수는 약 1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각 시장에서 ALD를 도입하는 다양한 기업 사례와 연구 흐름을 담았다.

박 교수는 올해 국제 ALD 콘퍼런스가 국내 디스플레이·반도체 업계의 ALD 기술력을 한 단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ALD 기술 자체는 물론 새로운 프리커서 재료를 찾는게 숙제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ALD 기술 도입을 시도해야 한다고 봤다.

박 교수는 “ALD는 반도체 핵심 기술이지만 소재 한계에 달해 새로운 재료를 찾는게 숙제”라며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반도체 전방기업은 물론 장비·재료 업체가 협력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후발 경쟁국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인력이 이동하면 관련 정보가 함께 빠져나가는 것은 막기 힘든 흐름”이라며 “이미 무서운 전쟁이 시작된 만큼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선점해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