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미래에 먼저 가 있는 국가

우리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독일은 수십년 만에 가 봐도 겉 모습은 변화가 거의 없어 보인다. 인터넷통신 환경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최첨단 인터넷 응용기술 기반 신제조업 전략으로 제조 분야 4차 산업혁명인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한다. 우리 인터넷통신 환경은 독일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우리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대량생산(2.0)과 자동화(3.0) 등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우리나라 실물 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것을 더욱더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고는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반면에 독일은 실물 통신 인프라는 낙후돼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 혁신을 추구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독일은 ICT 융합 논의를 2003~2004년에 시작한 이후 2013년께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국가 차원의 신제조업 전략을 도출해 냈다. 10년 가까이 지속해서 노력한 혁신 결과다.

한·독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교수와 독일 연구소장 간 대화는 혁신의 특성을 잘 보여 준다. 교수가 물었다. “독일 연구소는 지속해서 많은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데 혁신은 어떻게 관리합니까.” 답변은 간단했다. “혁신은 관리가 되지 않습니다.” 교수가 다시 물었다. “그럼 소장이 하는 일은 뭡니까.” 소장이 다시 답변했다. “관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을 없애는 일뿐입니다. 혁신은 목표로 정하지 않은 곳에서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인더스트리 4.0도 처음부터 목표를 둔 것은 아니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개발한 신제품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계속해서 복제하는 한편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일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시도하던 가운데 우연히 도출된 아이디어다. 독일 역량을 잘 반영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된 것이다. 가장 좋은 전략은 적에게 완전히 노출됐는데도 적이 대응할 방법이 없는 전략이다.

독일은 전략을 공공연히 공표한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 기반 개인 맞춤형 시장에서 선도 역할을 하고, 독일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기계·설비를 앞장서서 만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말이다. 그 전략은 어느 국가도 쉽게 따라할 수가 없다. 독일에만 있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수립됐기 때문이다. 2035년을 목표로 한 독일 인더스트리 4.0은 민간이 제안하고 국가 차원 전략으로 수용됐다. 민·관 협력 기반 집단지성을 통해 수립된 혁신 전략인 것이다.

미래에 먼저 가 있는 나라에서는 많은 정책 제안을 주로 국민의 몫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그건 정부의 일이라며 참여를 거부하지만 많은 제조업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국가 차원 제조 혁신 전략 수립에 많은 민간 전문가가 개별로 바쁜 시간을 쪼개 자율 의사로 적극 참여해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우리도 집단지성에 기반을 둔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벌어진 월드컵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긴 세계 1위 독일 전차군단을 넘어서듯 우리도 민간의 집단지성 기반으로 새롭게 수립되는 제조 혁신 전략을 통해 독일 제조업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 울산과기원 겸임교수 eunkim@kic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