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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1년이 지나도록 혁신 성장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제 부총리를 중심으로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집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혁신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음에 답답함을 내비친 것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민 안전에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되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 혁신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디기만 한 규제 개혁 속도와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지표, 청년 일자리 문제와 최저임금 등으로 사회 갈등이 커졌다. 이로 인해 경제 부문에서는 가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혁신 성장과 규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투자, 창업, 일자리 등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경제 구조 문제와 글로벌 무역 분쟁 같은 대외 환경 요인도 있지만 혁신 성장 달성을 위한 총괄 컨트롤타워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고, 체계를 갖춘 로드맵이 없다는 것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러 부처에서 경쟁하듯 혁신 성장 정책을 동시다발로 쏟아 낸다고 하더라도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이를 체계화해서 이어 줄 로드맵이 없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벤처기업협회를 포함한 13개 혁신벤처 단체가 모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혁신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민간에서 최초로 정부에 '정책 로드맵'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13개 혁신벤처단체가 제시한 '혁신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에는 혁신 성장의 성공을 위한 체계화된 로드맵을 담고 있다. 시기별로 현 정부 5년 동안 혁신 성장을 위해 달성해야 할 5대 선결 인프라 구축과 함께 선순환 혁신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12개 분야 160개 추진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로드맵 발표 이후 그동안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과제별 소관 부처와 개별 협의를 진행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각 정당 간사를 방문, 제도화 및 입법화를 꾸준히 요청해 왔다. 한시 운영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서는 이 로드맵을 공식 어젠다로 채택했다. 행정부에 최우선 추진과제 15개를 다시 제안, 4차특위 활동 결과 보고서로 회신을 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6개월 동안 정책 활동을 적극 전개하면서 창업하기 쉬운 환경 조성과 우수 인재 유입 및 투자 회수 시장의 실질 작동을 위한 과제 해결을 총 25건 끌어내며 혁신 벤처 생태계 조성 기반을 하나씩 마련하고 있다.

또 벤처 생태계와 대기업 생태계 간 진정한 결합을 통해 상호 보완 성격인 민간 주도의 한국형 혁신 생태계 구축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혁신 기술력을 갖춘 하드웨어 벤처와 최고 수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과의 진정한 상생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사회 책임과 상생이라는 취지로 벤처기업을 지원해 왔지만 이는 혁신 벤처기업을 외부 혁신 동력 원천으로 인정하고 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사업 발굴과 성장을 이어 가는 진정한 상생과 거리가 멀었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혁신 벤처와 대기업 간 엄정한 심판자 역할을 자임하는 현 정부의 노력과 함께 변화된 대기업 최고위층의 협업 의지를 느끼며 근대화 이후 한 번도 있은 적이 없는 진정한 상생이 현 정부에서 이뤄질 것이란 확신이 든다.

그러나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공공 데이터 개방,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규제의 근본 개혁, 창업 안정망 확보, 스톡옵션의 비과세 확대를 통한 우수 인재 유치 등 아직 산적한 과제가 많다.

이런 시점에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혁신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혁하고 혁신 성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신설한 민·관 합동 혁신성장본부 역할에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신설된 혁신성장본부는 정책 수립과 집행 및 평가 단계에서 혁신벤처 분야 기업인들과 상시 협의체를 구성해 소통하고 현장 수요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를 기대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charles@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