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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햇볕에 아스팔트가 녹아내린다. 잠시 길을 걸으면 얼굴이 따갑다 못해 아플 정도다. 연일 펄펄 끓는 더위에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하루 빨리 더위가 끝나길 바라지만 현실은 당분간 '아프리카'다.

기상청은 이르면 이달 말, 길게는 8월 중순까지 한 달 이상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고 폭염인 지난 1994년 폭염을 넘어서는 더위가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폭염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구 북반구가 이상 고온, 기상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은 기록적 폭우에 이어 폭염이 덮쳤다. 일본 남서부지역 야나세 지역엔 6월 28일부터 7월 8일까지 1852.5㎜라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데 이어 이후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를 넘어섰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중동 오만의 쿠리야트 지역 24시간 최저 기온은 42.6℃를 기록했다. WMO는 지금까지 온도계로 관측된 최저기온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선선한 기온을 자랑하는 핀란드 케보 지역의 최근 최고 기온은 32.2도에 달했다. 평년 기온이 15.5~21.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6.6~32.2℃ 오르내린다. 스웨덴·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국가의 최고 기온도 32도를 넘어섰다. 이들 국가 모두 수십 년 만에 최고 기온이 바뀌는 중이다.

올해 이상 고온은 예상 밖이다. 적도 지역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낮은 상태인 라니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보통 고온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상학계의 통설이다.

북반구가 이상 고온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수년전부터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현상(Heat Dome)'을 제시했다. 열돔현상은 지상에서 약 5~7km 높은 상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된 상태에서 반구형태의 돔을 형성, 뜨거운 공기를 가둬놓는 현상을 말한다. 북반구 전역에 열돔 현상이 발생하면서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반도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유라시아 대륙이 평년보다 뜨겁게 가열됐기 때문이다. 평균 해발고도 4500m인 티베트 고원이 예년보다 일찍 뜨겁게 달아올라 대류권 상층에 티베트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했고 한반도 부근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대류권 중하층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경쟁적으로 유입됐다. 그러면서 열돔이 만들어졌고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채 장기간 소멸하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10 태풍 '암필'이 동북아시아 부근으로 이동하거나 또 다른 태풍이 만들어져 한반도 부근으로 이동해 열돔을 날리지 않는 이상,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열돔현상은 왜 발생할까. 북반구 전역에 열돔 현상이 발생한 정확한 기작을 설명하긴 힘들다. 폭염의 원인은 열돔 현상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지만 열돔 현상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한 현상이 열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데 이견이 없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열돔 현상은 물론이고 재앙에 가까운 이상 고온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올 초 과학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가량 높아지고 지표면의 3분의 1이 사막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00ppm 수준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100년경에는 940ppm까지 높아지고 세계 지표면의 24~34%가 사막화로 인한 피해를 입고 세계 인구의 18~26%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