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블록체인과 의료

블록체인을 모르고 IT를 논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기술 기반으로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분산 모형이며, 분산원장 기반이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글로벌 신뢰 기반의 분산 환경을 원한다면 어느 곳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잠재력에도 1세대 블록체인은 새로운 화폐 시스템으로서 비트코인과 괘를 같이하기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게 2세대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단순 화폐 기능을 넘어 '스마트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 기반으로 '분산 앱'(D앱)을 개발해서 배포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해석하면 중앙 개입 없이 자동화 규칙이 작동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가치를 만들고 암호화폐로 거래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이든 디지털 가치가 있다면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자산 거래 사례로 '포에버 로즈'를 든다. 디지털 사진 작품 '포에버 로즈'를 암호화폐와 결합해서 여러 구매자에게 100만달러로 판매, 화제가 되고 있다.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하는 SNS 시스템으로,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독식하는 페이스북과 달리 참여자가 생산한 디지털 콘텐츠에 인센티브를 주는 서비스로 관심을 받고 있다. 즉 스팀 파워에 비례해서 콘텐츠를 만든 사람에게 스팀이라는 암호화폐로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유형 앱이 2018년 6월 기준으로 이미 1600개가 넘었다.

의료에서 임상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현대 증거 기반 의료에서는 많은 환자 집단에 대해 유효성이 인정되는 통계 방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미래 맞춤 의료에서는 더 많은 임상 정보가 필요하다. 축적된 임상 정보로부터 환자가 어떤 특성 집단에 속하는지 판단하고 그에 맞는 진단과 치료 방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많은 양의 의료 정보가 수집되고 공유되는 것은 의료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개인 건강 정보나 의무 기록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민감 정보여서 취급에 제한이 많다. 더욱이 개인 건강 정보나 의무 기록이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의료 종사자는 물론 의료기관도 사유재화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획득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 정보는 규제와 사유화에 막혀 데이터가 공유되지 못하고 활용 범위와 권한도 매우 제한되는 등 의료 산업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 방법이 블록체인이다. 첫째 기술상으로는 개인키와 공개키로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인가받은 사람만 취급할 수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거래 투명성이 보장돼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둘째 디지털화된 개인 의료 정보에 대해 인센티브 제공(암호화폐 발행)이 가능, 의료기관이 주도해 온 개인 건강 정보나 의무 기록 관리를 자율 의사에 따라 위탁·관리·활용·거래할 수 있는 의료 소비자 중심의 의료 정보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셋째 개인 건강 정보와 의무 기록을 이용해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 의료 서비스 개발과 헬스케어 산업의 지속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해외 진출을 위한 토대도 마련할 수 있다.

데이터가 공개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 데이터가 의료기관 밖으로 나와 개인 소유가 되고 공유되기 위해서는 공개된 데이터가 호환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기술 표준화가 돼야 한다.

데이터 공개와 표준화는 개인과 산업 모두를 위해 공공재가 되기 위한 최소 노력이고,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해야 할 대목이다. 데이터 공개와 표준화를 통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의료와 IT가 융합된 혁신 헬스케어 서비스가 개발되고 필요한 도구가 만들어져서 의료 산업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을까.

이상은 연세대 의료원 헬스IT센터 특임교수 selee11@yuh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