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판도라 상자를 극복하려면

'판도라의 상자'는 흔히 뜻밖의 재앙 근원으로 회자된다. 이런 이유로 판도라 상자는 덮어 두는 게 상책이라고 한다.

넷플릭스가 IPTV를 통해 국내에 진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콘텐츠 사업자와 통신 사업자가 약속이나 한 듯 가리지 않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며 우려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넷플릭스는 9대 1이라는 표준계약을 글로벌 시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다른 수익 배분 등 유리한 파격 조건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짙은 건 기정사실이다.

장기로 볼 때 넷플릭스 콘텐츠 경쟁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비교 열위에 있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성장은커녕 '연명'을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칫 한류 콘텐츠 제작 가능성과 기회마저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라 할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도 속속 등장하고 아시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 경쟁력도 상당한 만큼 넷플릭스가 진입하더라도 콘텐츠 생태계가 일시에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과 함께 넷플릭스가 유럽을 장악한 사례를 보라며 이러한 반론을 철딱서니 없는 생각으로 치부하는 등 위기감과 경계감이 심각하다.

통신 사업자들은 넷플릭스가 IPTV 입성 이전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제대로 된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제값을(?) 받지 못한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엿보인다.

넷플릭스가 판도라 상자일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부인하지 못하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넷플릭스를 무작정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국내 규제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저지한다고 종전 수익 배분 체계가 달라지는 등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풍부해지고,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 든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와 네트워크 시장에 미칠 악영향이 지대하다면서 아예 배척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화 가능성도 짙다.

극히 일부지만 넷플릭스의 방대한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이전과 다른 가치를 제공하고, 콘텐츠 사업자 경쟁을 유도하는 등 새로운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당장 넷플릭스와 국내 콘텐츠 사업자 간 수익 배분 등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넷플릭스도 망 이용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국내 사업자와의 형평성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려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수익 배분과 망 이용 대가 이슈가 복잡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판도라 상자는 분명 열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열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열 것인지, 연 이후 어떻게 대처할 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분명한 건 넷플릭스 진입 이후 콘텐츠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전반에 걸친 효용을 늘리는 것이다. 판도라 상자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반대가 되면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게 구성원 모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