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군입대 과외수업 받는 이스라엘 고등학생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남자 3년, 여자 2년 동안 군 복무하는 5만여명의 이스라엘 젊은이에게 세계의 각종 신호정보를 수집해 해독하는 사이버정보부대 '쉬모니 마따임(Unit 8200)'은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유사한 이 부대를 거치면 앞날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창업왕국 이스라엘에는 4000여개 크고 작은 창업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몰두한다. 그 중 많은 기업이 성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나스닥 상장기업 수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 다음이다. 나스닥에 상장한 94개 기업의 시가총액만 700억달러 수준이다. 이 기업의 거의 절반을 쉬모니 마따임 출신이 설립했다. 군 복무기간 중 습득한 기술을 전역 후 상용 기술로 개발해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었다. 이런 성공사례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이스라엘 전국 각지의 창업 열기는 더욱 후끈거린다.

성공의 시발점이 사이버 정보부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스라엘 고등학생은 누구나 국방부로부터 쉬모니 마따임 입대 초청장을 받는 게 꿈이다.

이스라엘 고등학생이 입대를 선망하는 부대는 쉬모니 마따임 이외에도 탈피오트와 하바짤로트가 있다. 이들은 9년을 복무해야 하는 장교 양성 과정이다. 여기에 선발되면 초기에는 군 복무 대신 군이 지정해준 대학에서 학사과정을 이수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전자는 고등학교 때 수학, 물리학, 컴퓨터 분야에 탁월한 50명의 학생을 선발해 처음 40개월 동안 히브리대학에서 공군제복 차림으로 학업과 군사교육을 병행한다. 졸업생은 F16을 비롯한 최신 전투기나 대형 수송기 파일럿으로 많이 활약한다. 후자는 탈피오트의 개념을 토대로 한 엘리트 정보장교 양성 과정이다. 매년 40여명의 우수 인력을 선발해 3년 동안 하이파대에서 국제정세와 경제학, 수학 등 복수 전공 학업과 정보수집 현장실습을 병행한다. 과정을 이수하면 육·해·공군 정보부대에 배치된다.

쉬모니 마따임은 만 18세부터 21세까지의 3년 의무 복무 군인으로 운영한다. 복무기간이 짧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 선발이 무척 중요하다. 군 당국은 학교 성적과 추천을 토대로 후보생을 지정 장소로 불러 한 나절 동안 개별 테스트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다. 평가 기준은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시뮬레이션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해킹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즉각 반응을 체크한다. 이런 테스트와 시뮬레이션에서 대부분 후보생이 탈락한다. 이 단계를 통과한 학생은 추가로 별도 인터뷰와 시뮬레이션을 더 하게 된다.

지난주 12년 만에 이스라엘을 방문했더니, 쉬모니 마따임 입대 과외수업 과정이 생겼다고 들었다. 이스라엘 남부와 북부 소외계층 청소년을 지원하는 한 사회복지재단이 그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방과후 주 2회 총 6시간 코딩과 해킹에 대해 집중 교육한다. 2011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개설한 첫 해만 480명이 신청했다. 2년 뒤 이스라엘군이 복지재단의 과외수업 프로그램 취지를 지지해 과정 수료생에게 쉬모니 마따임 복무 기회를 제공하자 신청인이 열 배로 늘었다. 사이버 정보부대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3년 과외수업 고생은 얼마든지 감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이스라엘 창업기업 상황을 소개한 책 'Start-up Nation'을 쓴 저자들은 이런 엘리트 부대들을 미국 하버드대나 예일대에 비유했다. 군 복무와 관련된 국내 기사들을 볼 때마다 이스라엘의 체계적인 과학두뇌 육성과 활용이 생각난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과외로 배운 기술을 군에서 3년 동안 활용하고, 전역 후 상용화해 비즈니스 성공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 이런 선순환 이스라엘 병역 시스템을 우리 군은 도입할 수 없을까?

강영수 KOTRA 감사실장(전 텔아비브무역관장) yskang@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