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중국의 전자산업 굴기

사방이 포위된 느낌이다. 중국과 경쟁하거나 위협 받지 않는 우리나라 산업이 동서남북 어디에도 없다. 완제품부터 부품까지 예외가 없다. LCD 산업은 중국발 치킨게임에 무너진 LED 산업 전철을 밟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부품, 심지어 반도체까지 중국 공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기술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선발 주자가 있으면 후발 주자가 있고, 후발 주자는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기술 습득에 박차를 가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술은 상향평준화가 일어나고, 격차는 줄어든다. 산업이 변화하고, 때론 사라지는 이유다.

문제는 선발 주자다.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면 선발 주자 기득권은 줄어든다. 앞서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느덧 따라잡히면 그때부터는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국내 전자산업계가 중국 추격을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건 바로 이 점에 있다. 앞서가던 선발 주자 지위와 함께 위상을 이어 나갈 차별화 요소, 즉 선행 기술이나 미래 제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 추격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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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등 기술, 1등 제품이라 해도 발전하지 않으면 따라잡히기 마련인데도 위기의식을 가볍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편성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보면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 반도체 분야에 배정된 정부 신규 연구개발(R&D) 예산은 0원이다. 디스플레이는 매년 감소하더니 올해 신규 예산이 15억원에 그쳤다. 기업 자체 R&D도 중요하지만 정부 R&D는 좀 더 미래 기술 발굴 독려와 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반도체도 지금의 호황이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1등이라 해도 위기의식을 무겁게 받아들여서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포위망을 뚫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