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미국 對 중국' 슈퍼컴 전쟁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최강국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 25일 국제슈퍼컴퓨터학회(ISC)가 발표한 '슈퍼컴퓨터 글로벌 톱500' 순위에서다.

미국은 지난 2013년 이후 5년 만에 정상 자리를 되찾아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 지난 4년 동안 '코랄(CORAL)' 사업을 진행하며 절치부심한 결과다. 중국은 2013년 6월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하다 차순위로 물러났다.

미국이 내놓은 최종병기는 에너지부 산하 아크리지국립연구소(ORNL)에 위치한 '서밋(SUMMIT)'이다. 서밋의 이론 성능은 207페타플롭스(PF)다. 1초당 20경7000조번이나 연산이 가능하다. 종전에 1위를 지키던 중국 타이후라이트(TaihuLight)의 125PF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메모리는 2.4페타바이트(PB), 디스크는 250PB다. 15메가와트(MW)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서밋은 강력한 연산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두 가지 프로세서를 병용했다. 4608개 서버에 IBM CPU와 엔비디아 GPU를 담았다.

CPU는 IBM이 개발한 최신 서버용 22코어 '파워9 프로세서' 9000개를 썼다. 이 CPU는 코어당 4~8개 스레드를 지원, CPU 하나로 여러 개를 쓴 효과를 낸다.

GPU는 엔비디아 '테슬라 V100' GPU 2만7000개를 활용했다. 이 GPU는 200억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프로세서다. 보통 연산은 물론이고 기계학습을 위한 연산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이 결과로 기계학습, 신경망 네트워크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위해 설계된 세계 최초 모델이 됐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서밋을 암 발생이나 지구 온난화 추세 예측과 같이 방대한 연산능력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밖에 서밋과 구조는 같지만 성능은 다소 낮은 슈퍼컴퓨터 '시에라(Sierra)'도 3위로 순위에 올렸다.

그렇다고 중국이 힘을 잃은 것은 아니다. 타이후라이트가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다. 역시 중국이 보유한 '텐허(Tianhe)-2'도 4위를 지켰다. 중국은 '질'에서는 다소 주품했지만 '양'에서는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이 보유한 톱500 내 슈퍼컴퓨터는 총 206대에 달한다. 이전 순위 발표 시점인 지난해 11월 당시보다 4대나 늘었다. 반면에 미국은 144대에서 124대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도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경쟁을 거듭할 전망이다. 슈퍼컴퓨터가 국가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면서 날이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2021년까지 1초에 100경번 연산이 가능한 '엑사플롭스(EF)' 수준의 속도를 구현할 컴퓨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IBM과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주요 IT기업도 고성능 프로세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기존 슈퍼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텐허-2를 강화한 '텐허-2A' 등장이 목전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톱500순위에서는 우리나라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랭킹 11위를 차지했다. 누리온의 성능은 이론 기준 25.7PF다. 지난해 슈퍼컴퓨터 4호기가 500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치욕을 덜어냈다. 이밖에 기상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미리와 누리가 각각 75위와 76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500위권 내 슈퍼컴퓨터는 총 7대다. 순위권내 시스템 보유대수 순위는 중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 이어 8위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