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소비자와 시장을 현혹하는 현금 경품

유료방송 시장은 이미 정체됐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가입자를 대상으로 사업자가 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다. 서비스·품질·가격 경쟁이 아닌 경품 등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갈수록 과열되는 양상이다.

성기현 SO협의회장

마케팅 대표 수단은 현금 경품이다. 대부분 대리점에서 음성으로 지급한다. 이 때문에 경품 금액을 확인할 수 없고, 실제 약속한 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경제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 행위에 관한 세부 기준'을 발표했다. 고시에 따르면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품 상한을 정하고, 음성 제공과 가입자 유인이 쉬운 현금에 대해서는 부당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했다. 이 고시는 현금 경품의 부당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업자가 경제 혜택 제공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현금 경품은 이용자 혜택이 아니라 이용자 차별임을 알 수 있다.

현금 경품은 신규 가입자 또는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제공된다. 기존 가입자나 장기 고객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결국 현금을 받는 신규 이용자에게는 혜택이지만 받지 못하는 기존 이용자에게는 차별이 되는 셈이다.

또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현금이 소비자에게 이득인 것 같지만 사실 이 또한 공짜가 아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요금에 반영되거나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의 이익을 기존 가입자들이 나눠서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료방송은 3년마다 옮기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상식처럼 됐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시설 투자나 서비스 개발보다 현금 경품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쉬운 방법인 셈이다. 서비스가 성장하지 않으니 결국 시장 전체로 보면 악순환의 연속이다.

물품 경품에는 문제가 없을까. 물품 경품은 사업자가 물품을 직접 구입해서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물품 구입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등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 경품은 사업자가 대리점·판매점에 수수료를 제공하고 대리점·판매점이 가입자에게 통장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현금 경품은 결국 자금력이 큰 사업자만 가능해 공정하고 건강한 유료방송 시장 발전에도 저해된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용자가 품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 규모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진정한 소비자 혜택을 시현하려면 가입한 모든 이용자에게 균등한 요금 할인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금 경품은 요금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모든 사업자로 하여금 요금 할인에다 현금을 추가 제공,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초래할 뿐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은 사업자 편법이 아니라 보편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도 자신이 가입한 상품과 서비스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업자도 공정한 경쟁으로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종합유선방송(SO) 협의회장 khsung@kc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