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이후]정부, 남북경협 준비에 만전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북 경제 제재 해제와 관련한 진전이 나오지 않으면서 남북 경협 준비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보는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들 모습.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북 경제 제재 해제와 관련한 진전된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서 정부의 남북 경제협력 준비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경제 제재 해제 전제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 양국이 첫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교감을 나누고, 추가 회담이나 북한 비핵화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제재 완화가 시작될 수 있어 경협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북 경협 시작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남북 경협 준비와 관련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내부에선 부처별로 다양한 시나리오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국책 연구기관과 은행, 관련 공공기관 역시 관련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남북 경협과 관련 “종적으로는 가능한 사업 분야로 사회간접자본(SOC)·의료 등을, 횡적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민간이 할 수 있는 일, 국제기구가 할 수 있는 일, 다른 나라와 같이 할 수 있는 일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은 사전 준비가 중요하고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누가 추진 주체가 될지에 관심이 높다. 정부의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내 남북관계발전분과를 경협준비위원회로 전환하고, 위원회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김 부총리가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역사적 공동성명은 채택됐지만, 남북 경협과 관련해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이달 중 남북이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인 장성급 군사회담, 체육회담, 적십자회담 등을 지켜보며 경협 준비도 속도를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림 협력이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협력은 남북 간의 논의가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협에 필요한 비용도 또 다른 관심사다. 경협 비용은 아직 제대로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개발 수준에 대한 평가, 재원 투입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11월 작성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남북 통합에 앞서 북한 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며 관련 재원 규모로 총 5000억달러(약 540조원)를 제시했다.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년 동안 1만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성장회계 방식을 활용한 북한경제 재건비용 추정' 보고서에서 북한 개발 비용을 2017년부터 2036년까지 20년간 705조원으로 제시했다. 산은은 2036년 북한의 1인당 실질 GDP를 남한의 30% 수준인 1만달러로 증가시킨다는 목표 하에 이런 수치를 내놨다.

경협 재원은 일단 국책은행 중심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을 수탁해 운용하고 있는데, 올해 기준 규모는 총 1조6182억원이다. 지난 2월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대표단 참가 당시 비용 3억300만원도 이 기금에서 집행됐다.

산은은 1994년부터 조사부(현 미래전략연구소)에 북한중국과를 설치하고 북한관련 연구를 이어가다 2014년 통일사업부로 격상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역점 사업 중 하나로 남북 경협을 꼽고 “가을엔 평양에 가보고 싶다”고 말해 내부 준비 작업이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보유한 개발금융 노하우를 남북 경협에 접목시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만으로는 경협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없어 결국 국제기구나 기업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북한 경제를 돕기 위한 다국가 펀드 설립안도 부상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북한이 제재 대상인 만큼 (경제 지원에는) 국제사회 동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북한에 대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다국가 간 펀드를 조성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