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오디오 시대', 지금부터 시작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물론 카카오에 네이버까지 국내외 유수 IT 기업들이 앞 다퉈 인공지능(AI) 스피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기와 대화하며 콘텐츠를 제공받는 것이 신기하다. 디자인 또한 세련돼 반응이 좋다. 지난해 출시된 카카오 '카카오미니'와 네이버 '프렌즈'는 출시 직후 높은 판매율로 인기를 과시했다. 통신 3사도 자사 AI 스피커 보급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AI 스피커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어섰다.

기기 보급만큼 중요한 것이 탑재할 콘텐츠 확보다. 오디오 콘텐츠 대표 격인 팟캐스트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미 국내에 보급된 모든 AI 스피커가 팟빵과 제휴, 팟캐스트 검색과 청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 NHN엔터 등 대기업까지 오디오 서비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오디오 전성시대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비디오 콘텐츠가 흔해진 시대에 오디오라니 오디오 콘텐츠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것이 유행 지난 라디오의 복고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라디오에서 TV, 오디오에서 비디오로의 진화 과정이 더 익숙한 까닭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오디오 플랫폼 팟빵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에 비춰 보면 오디오 콘텐츠가 주목 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팟캐스트는 한때 주류 매체에 저항하는 대안 매체나 인터넷 라디오 정도로 불렸다. 그러나 이후 진화를 거듭하며 대체재가 아닌 카테고리로 자립했다. 물론 시작이 대안 매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꼼수다'를 필두로 한 정치·시사 팟캐스트들은 주류 매체 보도에 만족하지 못하던 이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이들은 빠르게 청취 경험을 쌓아 가며 국내 오디오 콘텐츠의 주 이용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이 모이자 콘텐츠도 늘었다. 오디오 약점으로 꼽히던 시각 정보 부재는 오히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다. 기존 방송 체계에서 자리를 얻지 못한 목소리가 팟캐스트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6년이 지난 지금 팟빵에만 1만2000여 개 채널이 개설됐다. 약 400만명이 팟빵을 설치, 하루 50만명 정도가 콘텐츠를 소비한다. 정치·시사·지식·교양이나 스포츠 방송부터 장애인·노인·성 수자를 위한 방송까지 주제도, 출연진도 천차만별이다. 청취자들은 각자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방송을 구독하고, 제작자와 댓글로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렇게 다듬어진 팟캐스트는 기존 어떤 콘텐츠와도 다른 성격을 띤다. 우선 라디오와는 송출 방식과 포맷에서 차이를 보인다. 라디오가 '토크-음악-광고'의 구성으로 한두 시간짜리 방송을 만든다면 팟캐스트는 구성과 형식이 자유롭다. 표현 수위 제한도 없다. 말 그대로 모든 게 제작자 마음대로다.

주제와 형식이 자유롭다는 면에서는 차라리 유튜브, 아프리카 등 1인 방송과 닮았다. 그러나 이런 비디오 콘텐츠와 팟캐스트는 진화 방식이 다르다. 비디오 콘텐츠는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5분에서 10분짜리 짤막한 영상이 많고, 아무리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긴 영상을 짧게 재가공한 '요약본' 따위도 많다.

반면에 팟캐스트는 공중파 방송과 비슷한 길이로 제작되거나 오히려 더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30분에서 1시간 사이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때에 따라 두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는 '짧고 빠르고 자극성 강한' 콘텐츠와는 정반대임에도 팟캐스트 청취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눈과 손이 자유로워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뺏기지 않고도 기존 방송에서 편집된 정보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어 굳이 짧은 콘텐츠를 찾을 이유가 없다. 바로 여기에 현대 사회에서 오디오 콘텐츠가 지니고 있는 가치가 있다. 일상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 시간을 유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 바로 오디오의 힘이다.

AI 스피커는 오디오를 일상에 좀 더 밀착시켜 줄 유용한 기기다. 동시에 오디오 콘텐츠 수요 증가를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오디오 시대는 '다시' 온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동희 팟빵 대표

dhkim@podbb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