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역지사지(易地思之)

근래 대한민국 행정부의 가장 큰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산 자동차 추가 관세 검토와 북·미 정상회담 취소·재추진이라는 메가톤급 이슈를 터뜨리며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취임 이후 이리 저리 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국내 이슈 가운데 절반은 트럼프에서 나온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아이러니는 지금 민간 기업 입장에선 우리 정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은 그동안 산업계가 국내 정책 리스크로 가장 많이 지적해 온 바다. 여태 모든 정부가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을 바꿔 가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 정책 아래 발표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성(REC) 개정을 두고 불만이 제기됐다. 정부는 REC 개정을 통해 바이오매스와 폐기물 연소 발전소에 사실상 사형 선고를 내렸다. 바이오매스는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양을 의무로 채우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던 방법이었다. 태양광과 풍력에만 의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대안으로 바이오매스를 택했다.

사업자는 의존도가 높던 바이오매스가 한순간에 제외되면서 허탈한 모습이다. 당장 의무 양을 채우는 것도 문제이고, REC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도 걱정이다. 이제 와서 안 된다는 정책에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다. 계획부터 건설까지 10여년이 걸리는 발전소 사업이 정책에 따라 급변하는 것에 적응하기가 힘겹다.

한 사업자의 “정부는 민간 기업을 바보로 아는 것 같다는 말”에서 산업계가 느끼는 현 정부와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눈빛과 다르지 않다.

시대에 따라 정책은 변해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는 시장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 정책은 기업 입장을 배려하는 '역지사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