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혁신 성장은 없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차 지지율이 70%를 웃돈다. 역대 최대다. 절대 다수 국민 지지를 받는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안 요인 해소다. 한반도를 평화지대 가능성으로 돌려놨다. 일촉즉발에 처한 위기를 극복했다. 전쟁이라는 위기감은 가고 따스한 봄소식이 전해져 온다.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화룡점정이다. 또 다른 요인은 정서상의 만족감 극대화다. 사회 지도층 비리에 대한 수사와 갑질 행위 대처는 기대 이상이다. 청량감을 준다. 서민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같다.

'적폐 청산'. 문재인 정부 탄생 배경이자 국민 요구였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을 달성할 100대 국정 과제에서 첫 번째다. 새 정부는 과거 10년 간 주요 정치 사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일각에서 적폐청산 프레임 피로도 얘기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결과로 볼 때 한진그룹 오너 일가 사건은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기름을 부었다. 피로도 얘기는 쏙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국정 현안에 대한 핸드오프가 이뤄졌다. 권력형 적폐에서 생활형 적폐로 주제가 전환됐다. 청와대 역시 출범 1주년을 맞아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민생 분야에서의 갑질과 불법·편법 채용 비리가 주 타깃이 될 전망이다. '을'로 불리는 경제 약자와 사회 약자는 물개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국정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역시 지난 1년 동안 정치, 외교, 국방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때문에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는 기억에 남는 결과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국정 과제인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서는 답답한 흐름이다. 답보 상태다. 대기업은 차치하더라도 중소 스타트업 벤처 경영자 평가는 어떨까. 후한 점수를 주는 기업인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 경영 현실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대기업은 사정 정국에 바짝 엎드려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제로 말미암아 입이 한 발 나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 분야는 여전히 규제로 한 걸음 전진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혁신 비즈니스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다. 잘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다르다. 때로는 황무지를 달리고 어떤 때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간다. 쉽지 않다. 신·구 세력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기득권 차지를 위한 전투가 벌어진다. 세계 공통 현상이다. 우리나라에도 혁신형 기업이 배출될 수 없는 구조상 한계가 있다. 차세대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리 만무하다.

'혁신 성장'은 거창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게 벤처 스타트업계 바닥 민심이다. 기존 법과 제도 및 기득권층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할 혁신 성장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벤처업계는 이 때문에 정부에 조정자 역할을 기대한다.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맞물려 있다. 톱니바퀴다. 혁신형 기업이 많이 탄생해야 고용이 는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효과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아직 활동합니까.” 요즘 저녁 자리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다음 달 13일 정부는 1년 농사 성적표를 받아든다. 6·13 지방선거다. 현재로선 지지율이 고스란히 표에 반영될 확률이 높다. 전반에 걸쳐 국민이 정부 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한국판 '샤이 보수'와 혁신 성장에 실망한 '샤이 CEO' 선택이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