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견 IT서비스기업, 스스로 생존 해법을 찾아라

2012년 4월.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으로 여야 갈등이 극심했다.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4월 24일도 그랬다. 여야 정쟁으로 민생·경제 법안은 논의조차 못했다. 그렇게 18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민생·경제 법안은 자동 폐기 위기를 맞았다.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는 민생과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여야는 긴급히 임시국회 개원에 합의했다.

일주일이 지난 5월 2일. 18대 국회의 진짜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정쟁으로 논의조차 못한 60개 민생·경제 법안을 다뤘다. 오후 3시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5시에 본회의가 시작됐다. 일사천리로 60개 법안이 통과됐다. 이렇게 해서 통과된 법안 가운데 하나가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다. 재석 의원 156명 가운데 찬성 155명, 기권 1명으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기업이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 제한을 알리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대형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다. 중견 IT서비스 기업과 SW 기업은 크게 반겼다. 7조원 규모의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이 빠지자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고 했다.

2013년 1월 1일 개정 SW산업진흥법이 시행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당시 대기업의 참여 제한을 반긴 중견 IT서비스 기업과 상용 SW 기업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좋아졌을까. 적어도 그때 그 느낌대로라면 엄청난 성장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상황은 정반대였다. 대기업이 빠진 공공정보화 시장에는 중견 IT서비스 기업이 자리를 잡았다. 시행 초기에 중견 IT서비스 기업은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 공공영업본부장에 앉혔다. 물론 공공사업본부 매출 목표도 전년 대비 두 배로 높였다. 아쉽게도 초기에 영입된 대부분의 대기업 출신 공공영업본부장은 현재 그 자리에 없다.

중견 IT서비스 기업 상당수는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기업도 있다. 수익이 났다 하더라도 1%에도 못 미친다. 지난 5년 동안 중견 IT서비스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도 안 된다. 상용 SW업체도 형편이 나아진 것은 없다. 여전히 SW 제값 받기가 쉽지 않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라는 말처럼 '갑질'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 SW업체는 시스템통합(SI)이나 통합 유지보수 시장에 뛰어들어 손해를 봤다.

왜일까. 그토록 원하던 대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냈는데 중견 IT서비스 기업과 SW 기업은 왜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물론 원인은 낮은 사업 예산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년 이상 문제로 지적됐고, 공공기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중견 IT서비스 기업이나 SW 기업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는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저가 발주에다 출혈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가 더해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매출만 높이면 된다는 '묻지 마식 수주'는 지양해야 한다. 사업 수익성 검토 강화가 필요하다.

LIG시스템은 공공정보화 사업의 손실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문제는 무분별한 사업 제안이었다. 사업 제안 시 수익성 검토를 강화, 일정 비율 이상 수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안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2015년에 발생한 큰 폭의 적자는 2016년에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21억원을 달성, 중견 IT서비스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인 2%대를 기록했다. KCC정보통신도 2016년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언제까지 대기업 탓만 할 수는 없다. 시장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 이제는 생존 문제다. 중견 IT서비스 기업이 성장을 기대한다면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신혜권 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