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배수진(背水陳)

지난해 10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2차 특별회기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 협상단이 마주한 모습.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끄는 20여명 우리나라 통상 당국자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주 현지에서 열린 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마무리됐지만, 협상단은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남아 철강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한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앞서 국가 및 품목별 면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이 남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한달 세 차례나 미국을 찾아 철강 관세와 관련한 아웃리치를 계속했다. '한국이 아니라 워싱턴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와중에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는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과정을 놓고 통상 당국의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 워싱턴 DC에서는 중국, 유럽연합(EU)을 비롯 세계 각국의 물밑 접촉과 로비전이 한창이다. 치열한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우리 당국자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것인지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

통상 당국의 전략은 말 그대로 '배수진(背水陣)'이다. 뒤에는 물밖에 없고, 돌아오는 다리도 끊어진 형국이다. '갈아입을 옷이나 제대로 가져갔는지 모르겠다'는 안쓰러운 걱정도 나온다. 이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직원이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들이 최선의 결과는 아니더라도 차선의 결과라도 얻어내길 기대한다. 또 최악이 불가피하다면, 우리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그런 자세로 임하는 당국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최소한 배수진을 친 아군에게 돌을 던지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