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략은 무엇일까. 지난 주말 '갤럭시S9' 첫 개통 실적이 나온 뒤 궁금해진 질문이다. 갤럭시S9 초반 판매 실적은 전작 갤럭시S8을 밑돌았다. 갤럭시S8도 이전 시리즈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다. 초반 성적표는 나쁜 편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꺾인 외부 요인이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고사양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교체 수요가 뜸해졌다.

둘째 갤럭시S9 자체 경쟁력 문제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소비자 반응은 “갤럭시S8과 바뀐 것이 별로 없다”였다. 카메라만 바뀌었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휴대폰 교체 수요를 이끌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삼성 전략이 궁금한 이유는 두 번째 요인 때문이다. 삼성 정도면 사전에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충분히 시뮬레이션해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작과 크게 변하지 않은 디자인과 사양을 선택한 이면에는 숨긴 전략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이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다고 분석한다. 시장이 침체된 마당에 웬만큼 개선한 제품이 나와도 큰 반응을 얻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X(텐)도 참패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판매량 같은 외형보다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했을 수 있다. 삼성의 강점인 마케팅 파워를 활용하면 판매량이 급격히 주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7 배터리 발화 사태 이후 만연한 '불량 강박증'이 혁신의 발목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혁신 기술이나 부품을 검증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혁신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규 부품 공급사로 등록하려면 사업부장 승인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이나 폴더블과 같은 혁신 기술을 여러 해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도입하지는 않았다. 이런 사이 중국 기업이 이들 기술을 먼저 공개했다. 삼성의 전매특허로 여겨지던 '세계 최초' 발표가 뜸해지면서 혁신이 사라졌다는 웅성거림도 들린다.

삼성이 항간의 분석처럼 현실론에 타협한 것이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이 선발 주자 애플을 추월한 것은 현실 타협보다 과감한 도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스티브 잡스가 실패를 예언한 '갤럭시노트'라는 대화면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애플보다 먼저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했고, 테두리가 둥근 '에지' 디자인도 최초로 선보였다. 이런 혁신이 이뤄질 때마다 삼성의 시장 점유율 그래프는 계단 모양을 그리며 수직 상승했다.


기우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이런 저런 데이터를 가지고서 얼마나 철저하게 분석했을까. 갓 출시된 '갤럭시S9'이 서서히 발동을 걸 수 있고, 해외에선 오히려 불티나게 팔릴 수도 있다. 아니면 움츠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뛰듯 폴더블폰처럼 완전히 다른 혁신 제품을 전격 출시하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일 수도 있다. 삼성은 장·단기 전략과 로드맵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갤럭시S9'처럼 변화가 적은 신제품을 올해 플래그십 모델로 민 이유, 그 이면의 전략이 과연 무엇인지.


장지영 미래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