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교육부 '정책숙려제' 성공하려면

다시 부동산과 교육이 얽혔다.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우선 선발권 폐지로 서울 강남 8학군이 재조명 받으면서다. 시장에서는 8학군 때문에 강남 집값이 폭등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차관은 지난달 업무계획 간담회에서 “교육제도가 강남 집값에 영향을 미쳤다면 전월세난이 시작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심리 영향이 클 것이라는 지적에 부정은 못하겠지만 실질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지적에 동의하지만 강남 부동산 폭등이 교육 정책 때문이라고 말할 데이터가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김상곤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손 차관의 말을 빌어 “국토부가 근거 없다고 명확하게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전월세 가격이 이상 변화를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구매자의 60% 이상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교육 정책이 단발성이 아닌 것처럼 자사고·외고 동시 입학은 교육 환경 변화와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장기 변화를 가져올 사안이다.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과 근거가 없다고 확언하는 것은 다른 해석이다. 국회나 언론, 시장이 지적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해 협의 채널이 없다는 점이다. 주요 교육 정책을 발표할 때 다른 사회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검토가 없다는 것이다.

주택이나 교육이나 발표 이전에 극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사안이어서 협의가 부족했다는 해명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나 숙고가 없었다는 점은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정책숙려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정책 도입 때부터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는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태도다. 외부 지적에 데이터를 들어 “아니다”라고 단언하는 상황에서 여론은 설 자리가 없다. 부처 협의도 부족한데 여론까지 들을 리 만무하다.

정책숙려제는 교육 정책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자 나온 대책이다. 열린 마음과 열린 귀로 여론을 수렴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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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