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결과는 패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제 아무리 '선수'라도 받아든 7장 화투가 부실하면 과감히 고(go)를 선택할 수 없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카드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타짜가 아니고서는 승부를 뒤집기 힘들다. 광이라도 팔아 푼돈을 벌어야 한다. 반대 경우도 있다. 좋은 패를 받은 사람은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게임 출발선은 동일하다. 그러나 한 쪽은 우사인 볼트가 되고, 나머지 진영은 세 명이 발목을 묶고 달리는 삼각달리기다. 세계 인터넷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은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조세회피를 대처하는 유럽연합 공세가 거세다. 구글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을 거칠게 밀어붙인다. 모바일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무모하다 싶을 정도다. 상당수 유럽인들은 구글 검색 서비스를 사용한다. 애플 아이폰 점유율도 적잖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회피에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가시적 성과도 나왔다. 애플이 내년부터 아일랜드에서 미납한 130억유로(약 16조7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중국은 어떤가. 포털과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사실상 강력한 쇄국정책을 채택했다. 이 같은 결정은 물론 유럽연합과 궤를 달리한다. 세금 문제 보다는 체제안정을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차이나에는 텐센트가 있다. 스마트폰 역시 애플을 대체할 화웨이 샤오미 오포같은 자국 기업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러시아에 얀덱스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은 자타공인 IT강국이다. 세계 스마트폰 디지털TV 반도체 시장을 이끈다. 온라인 게임, 웹툰, e스포츠는 우리나라가 종주국 지위를 갖고 있다. 지난 10년 간 적잖은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서 철수를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 저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구축 사례는 이미 벤치마킹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인터넷 분야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버티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이들 기업 경영환경이 녹녹치 않다. 국회발 규제 파고는 높아만 간다. 글로벌화 세계화에는 큰 부담이다. 이와 반대로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 미국 기업들 영향력은 높아간다. 이른바 TGIF 4사는 영향력과 수익성 측면에서 공공한 지위를 갖는다.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이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구글과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애플 역시 충성도 높은 고객군을 확보했다. 한국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이 같은 자신감에 근거한다.

페이스북이 2018년부터 세금납부 정책을 전면 바꾸기로 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현지법인에 산정, 적정한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세금회피 문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마크 저크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시선은 구글과 애플로 집중된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보내면서 2018년에는 이들 기업의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해 본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규제와 차단이 최선의 선택일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정한 게임의 룰 필요성은 느껴진다. 9월 초 과기정통부 방통위 기재부 국세청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역차별 해소 TF'가 내놓을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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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