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아지트 파이를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버라이즌 출신인 그가 FCC 위원장에 임명되자 미국은 물론 세계가 하나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가 통신사에 불리한 망 중립성 정책을 폐기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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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파이는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기조연설에서 “망 중립성 정책은 실수”라고 일갈하고 11월에 망 중립성 정책을 폐기하는 최종안을 내놨다. FCC는 이달 14일 망 중립성 정책 폐기 찬반 투표를 한다. 망 중립성 정책을 폐기하는 내용의 최종안은 파이 위원장이 주도해서 작성한 만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망 중립성 정책 폐기 소식에 AT&T와 컴캐스트 등 망 사업자와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기업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찬반으로 엇갈렸지만 망 사업자와 인터넷 기업 모두 망 중립성 정책 폐기에 따르는 나름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 정책과 달리 우리나라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오리무중이다. 예측불허다. 당초 정부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반대했고, 국회와 시민단체는 찬성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 출범 이후 첫 의제였다. 협의회 논의 결과 단말기 완전자급제 신중론이 우세했고, 이렇다 할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당장 도입을 주장하던 시민단체도 입장을 선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통 서비스 사업자도, 제조사도, 유통점도 예외없이 당분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관한 한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이어 보편요금제를 두 번째 의제로 설정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편요금제를 예상하는 건 무모한 일이다.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 폐기와 우리나라 단말기 완전자급제 모두 종전과는 완전하게 다른 정책이다. 시장과 소비자,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예측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극과 극이다. 정책 예측이 가능해야 사업자 또는 시장의 시행착오 내지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미래 예측이 가능해야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이통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협의회를 통해 정책의 완결성을 높이려는 정부 의지는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인정한다.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도 또한 십분 공감한다.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보편요금제 등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을 지속 논의한다.

파이 임명이 망 중립성 정책 폐기 메시지로 전달되듯 협의회의 의사결정이 이통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확실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좋은 나라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보이면 보일수록 좋은 나라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정책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