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너거 아버지 뭐 하시노

20년이 지났음에도 기억하지는 않지만 잊히지 않는 입사 면접 기억이 있다. 대기업 면접장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경험이다.

면접 당시 피면접자는 기자를 포함해 4명이었다. 대학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관련 분야의 기본 지식이 있는지, 입사하면 어떻게 일할지 등 여느 면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자는 현장에서 면접관으로부터 필기 시험 성적이 좋다는 칭찬을 받아 내심 합격을 기대했다.

면접 도중에 '아버지는 뭐 하시나'라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기자를 포함, 3명은 아버지 직업을 블루칼라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한 명은 권력 기관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면접이 끝날 때까지 질문은 권력 기관에 재직하고 있는 아버지를 둔 피면접자에게 집중됐다.

기자는 탈락했고, 최종 합격자는 아버지가 권력 기관에 재직하고 있는 경쟁자였다. 대기업 입장에서 비슷한 실력이면 배경(?)이 든든한 지원자를 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누구는 아버지를 잘 둔 덕에 합격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공공기관이 취업 특혜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핵심은 사회 모범을 보여야 할 유력 인사가 채용을 청탁했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누리겠다고 반칙을 자행한 게 드러났다.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신입사원 채용이 반칙과 특권으로 얼룩졌다. 이런 사례가 비단 공공기관에 한정됐겠느냐는 의심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에만 청탁하고, 압력을 행사했겠냐는 것이다. 이런 불공정이 어제오늘 일이 아닐 것이라는 말도 횡행한다.

높으신(?) 분들이 자녀와 친인척의 취업을 위해 좋은 직장으로 알려진 대기업 등에도 청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소수가 특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에 국민 절대 다수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기자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공공기관의 반칙에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취업 비리 전수 조사 지시에 희망을 기대할 것이다.

채용 비리가 자행된 공공기관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청년은 본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피해자가 됐다. 이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좌절감은 본인이 아니면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할 것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사회에 대한 배신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청년 취업자의 기회를 빼앗고 공정 경쟁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등 신뢰를 훼손했다. 유행어로 자리 잡은 적폐 대상에서 가장 큰 적폐다. 청년 구직자와 그 가족에게 감정상으로는 발본색원 1순위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희망은 준비하는 자의 기다림'이라고 했다. 문제가 불거진 공공기관이든 민간이든 채용 시장은 투명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세대인 청년 구직자가 희망을 품을 수 없다.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칙이 횡행하고 있는 걸 방치하는 건 바로잡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같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말보다 중요한 게 실천이다.

반칙 때문에 희생양이 된 청년 취업자는 '너거 아버지 뭐 하시노'라는 질문에 '태어난 환경 그대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누가 노력하겠습니까'라고 되묻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공정한, 공평한 사회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