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세종시, 언제 가죠?

전세 세입자는 재계약 시기가 돌아오는 2년마다 날카로워진다. 전세 보증금을 예상보다 많이 올려 달라고 할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나 '집을 팔기로 했다'거나 '직접 살기로 했다'는 집주인의 통보는 더 큰 걱정을 몰고 온다.

그냥 걱정만 되는 게 아니다. 재계약 시점 몇 달 전부터 새로운 가구를 들인다든지 하는 일은 하기 어렵다. 근처에 좋은 학원이 있다 하더라도 자녀를 보내기가 망설여진다.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요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부 분위기가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와 흡사하다. 과기정통부의 세종시 이전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됐다. 내년에는 이전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자세한 시기나 계획은 아직 없다.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과천시와 시민들의 반대로 잡음이 그치질 않고 있다.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당사자인 과기정통부 공무원이다. 이전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이사를 가야 할지 주말 부부로 지내야 할지 고민이 깊다. 그러나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이사, 자녀 교육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비할 수가 없다.

불확실성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 손해다.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는 정부가 내부 직원에게조차 불확실성을 안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확한 날짜는 아니라 하더라도 대략이나마 시기를 공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세종시 이전 논의 과정은 지금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 강화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다. '명실상부한 행정 중심도시 육성'이란 정책의 목표가 첫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