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문재인 정부, '과학·ICT 외교' 필요한 이유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실에 요즘 주한 대사관 관계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이 아닌 과학기술 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에 왜 대사관 측이 문을 두드릴까.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나라 과학·정보통신기술(ICT)을 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과 인프라가 좋아 자국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 주된 문의다. 이들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이 우리나라 기술과 경험을 배우길 원한다. 국내로 연수 오는 해외 공무원도 우리나라 '디지털 순례'를 필수로 요청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순방길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모습<출처:청와대>

우리는 언제부턴가 'ICT 강국'이라는 옷에 자신감을 부여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선진국에 주도권을 뺏길 것이라며 낙담했다. 일찌감치 추격형 성장 전략의 한계를 인정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그 자리는 불만감으로 채웠다. 시장이 좁고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 주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우리의 놀라운 성장은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기술을 재빨리 습득하고, 이를 개선해서 혁신하고 생산성을 높인 결과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은 세계 1위다. 수출 효자 대표 종목이다. 세계는 우리의 저력을 부러워하고, 벤치마킹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세트 졌다고 경기가 끝난 것처럼 플레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떨어진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순방을 떠난다. 순방 계기에 적지 않은 양자·다자 정상외교를 통해 이들 국가와의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순방기간 현지 금융인과 글로벌 금융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출처:청와대>

북핵 문제 등 안보는 외교의 기본이고, 충분한 명분이 된다. 이것만 강조해선 안 된다. 실리 중심 외교도 필요하다. 동남아 지역에서의 과학·ICT 외교는 우리만이 차별화할 수 있는 외교 무기다.

경제 외교의 들러리로는 부족하다. 별도의 외교 전략으로 고민해야 한다. 해외 협력은 우리의 발전 기회이기도 하다. 자신감 회복으로 우리의 성장 저력을 보충해야 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