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과학기술 혁신, 연구현장에 일하는 문화 만들자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대덕연구단지를 찾았다. 임 본부장은 그동안 마련한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주요 정책 방향을 밝히고 연구소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23일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선임됐고, 곧바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 연구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비록 완벽한 해결책으로 평가받지는 못했지만 얽히고설킨 과기 현장의 난제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과기계의 최고 관심사는 '혁신'이었다. 출연연 스스로도 오랜 기간 머리를 맞대고 공을 들여서 자체 혁신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국이 출렁이면서 출연연 혁신은 한참 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는 사이 공석이 된 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 기관장 자리만 7석이나 됐다. 특구재단 이사장 등을 포함하면 10석 가까운 출연연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던 차에 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임명되고, 과기혁신본부장이 연구 현장을 찾아 앞으로의 혁신 방향을 풀어 놓았다. 과기, 특히 출연연 혁신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임 본부장의 첫마디도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단기 성과 창출에서 벗어나 연구자의 자율성에 바탕을 둔 창의의 도전성 강한 연구개발(R&D)을 촉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사람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해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를 위한 지원 시스템 강화, 세 번째는 사회 참여형 연구 과제 마련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임 본부장 스스로도 “변화가 쉽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임 본부장은 오랜 기간 연구 현장에 함께 몸담아 온 인물이다. 그도 역시 과기 혁신은 '서서히 바꿔 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인식했다.

과기계 연구 문화는 그만큼 꼬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이를 풀어 보려는 노력도 적지 않았지만 아직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몰입하도록 하려면 연구원의 고유 미션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성도 쌓이고 장기 성과도 창출할 수 있다. PBS부터 없애야 한다. PBS는 연구원들을 국책과제보다는 단기 과제를 따내기 위한 보고서 작성에 더 치중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직도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PBS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출연연 구조 조정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사안이다. 고유의 미션을 달성했거나 변화가 필요한 출연연을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미션을 수행할 기관으로 변화시키자는 요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얘기지만 제대로 된 변화와 혁신은 사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출연연 자체가 필요에 따라 설립과 해체를 반복하게 된다면 비정규직 문제도 의미가 없어진다. 연구자도 주어진 미션에 연구 역량을 집중시켜서 전문성을 키우고, 결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성과도 창출할 수 있다.

'힘든 일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출연연이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지금의 난제를 풀어 볼 수 있는 한 방편이다.

다행히도 이번에 국가과기연구회 이사장으로 임명된 원광연 교수는 온화한 합리주의 인물로 통한다. 전산과 교수이면서도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융합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그에게 얽히고설킨 실을 풀어 새 실타래에 감아 주기를 바라는 이가 적지 않다. 모쪼록 이번에 시작된 출연연 혁신 작업이 연구 현장에 일하는 문화를 심어 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