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을 성인물로 패러디한 연극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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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 수스 가이젤(닥터 수스)이 1957년 펴낸 원저작물 동화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표지.

24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법원은 원작 동화책에서 어린 시절 순수를 상징하는 등장인물 '신디 루'를 성인물 주인공으로 바꿔 패러디한 연극은 공정이용에 해당해 원작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원저작물 상당 부분을 이용해도 패러디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패러디물인 성인 연극은 동화책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가 된 원저작물 동화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는 테오도르 수스 가이젤이 1957년 펴낸 동화책이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후(Who)들이 사는 후빌마을 산 속 동굴에 거주하는 녹색 생명체 '그린치' 이야기다. 저작권은 A(익명)에게 있다.

B(익명)는 원작을 풍자·비평하려고 코믹물 패러디 연극 '후의 휴일(Who's Holiday)'을 제작했다. 중년인 45세가 된 신디 루가 크리스마스 파티 손님을 기다리면서 관객에게 원작을 떠올리려는 의도로 자신의 삶을 운율을 살린 2행 대구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그러자 A는 지난해 7월 B에게 저작권 침해 중단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수령한 B는 제작을 중단한 뒤,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연극 제작은 공정이용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란 확인을 받기 위해서다.

법원은 B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연극이 원작에서 순수를 상징하는 인물을 성인물 주인공으로 바꿔 새 맥락을 부여하고 변형해 공정이용이라고 판단했다. 연극에서 신디 루는 동화 속 나이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사회를 풍자한다. 이상적 모습으로 사회를 묘사한 동화 주요 요소를 뒤집고 천박하며 실망스러운 현실 면모를 부각해 변형으로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또 연극이 원작을 상당 부분 이용했지만 패러디 목적을 벗어날 정도로 과도하진 않다고 봤다. 원작 주인공인 그린치가 연극에서 언급되지만 실제 등장하지는 않고, 동화 속 조연인 신디 루가 연극에 나오지만 완전히 다른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또 연극 배경인 산 속 트레일러가 원작에는 없고, 후빌마을 분위기도 원작과 달리 어둡다고 설명했다. 또 연극이 동화 대사 등 문구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참고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성인물인 연극과 동화책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고, 소비자가 원작 동화나 2차 저작물을 보는 대신 성인극을 관람할 가능성도 없어 연극이 원작 동화책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위원회는 “이번 판결은 원저작물의 상당 부분을 이용해도 패러디 목적을 벗어나지 않았고 동화를 패러디한 성인 연극은 동화책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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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