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별기획]4차산업혁명, 교육 혁신부터<하>꽃피는 SW교육…교사 역량, 시수 확대 중요

충남 예산군에서 한 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만나는 작은 마을 속 예덕초등학교. 전교생 40명인 이 학교가 최근 소프트웨어(SW) 교육에 푹 빠졌다. 지난 12일 찾아간 예덕초 5학년 SW 수업 시간. 두 명씩 조를 짜서 비상사태 발생 시의 학교 대피도 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예산 예덕초 5학년 학생들이 대피도를 만들고 그 위에 오조봇을 움직여보고 있다.

“보건실, 행정실, 컴퓨터실은 1층에 있으니 1층 현관을 이용해서 대피하면 빠르지 않을까?”

“2층 학생은 어디로 내려오는 게 가장 안전하지?”

학생은 학교 위치도를 그렸다. 안전하고 빠른 대피도를 각자 구상했다. 대피도마다 색깔을 입히고 그 위에 오조봇(색을 따라 움직이는 코딩로봇)을 올렸다. 예덕초 SW 교육은 단순한 코딩 교육이 아니다.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고, 실제 가능한지를 코딩이나 로봇 등을 이용해 확인한다. SW 교육 목표인 창의력, 사고력을 모두 높인다.

예산 예덕초 학생들이 대피도를 만들고 오조봇을 움직여보고 있다.

예덕초가 SW 수업을 본격 실시한 것은 올해 1학기부터다. 이대열 교사가 부임하면서 학생들은 처음 SW 교육을 접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안전'을 주제로 다양한 수업을 했다.

농촌 지역 학교에서 안전은 중요한 화두다. 학생들은 어떻게 안전한 교실과 학교를 만들지 논의했다.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도레미 소리가 나는 횡단보도 도우미'다. 조심성 없는 1~2학년 후배를 위해 5~6학년 선배가 아이디어를 냈다. 소리 나는 횡단보도 도우미는 계단을 '꾹, 꾹' 눌러야 소리가 나는 보드다. 소리 나는 계단이 신기한 저학년들은 한 발짝씩 계단을 밟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뛰어내려오다가 다치는 학생이 줄었다.

예덕초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개발한 '도레미 소리나는 횡단보도 도우미'. 학생들이 한발짝씩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학교 주변은 집이 거의 없어 저녁만 되면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종종 발을 헛디뎌서 사고가 나곤 한다. 학생들은 학교 주변 가로등 설치 장소를 설문 조사, '어두운 밤을 밝혀 주는 야간 가로등'을 제작했다. 엔트리 센서 보드로 햇빛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켜지는 가로등을 코딩했다.

'시간에 맞게 자동으로 약이 나오는 메디박스'는 보건 교사가 없는 예덕초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약을 오용하지 않도록 메디박스가 시간 또는 상황에 맞게 약을 공급한다. 3D프린터를 이용해 박스를 제작하고, 시간대별로 작동하도록 코딩까지 더했다.

모두 예덕초 학생이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활동이다. 유승헌 군(5학년)은 “야간 가로등은 동네에 꼭 필요한 설치물”이라면서 “코딩으로 직접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제작하고 나서 뿌듯했다”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임창준 군(5학년)은 “생각해 본 것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 재밌다”면서 “친구, 형·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경험도 새롭다”며 미소를 지었다.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예덕초 전경

도시와 농촌 등 지역과 관계없이 SW 교육을 접하는 시대가 열린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학교를 시작으로 SW 교육 의무화를 시행한다. 2019년부터 초등 5∼6학년을 대상으로 초등 SW 교육 의무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예덕초처럼 농촌 지역 학생도 SW 교육을 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W 교육 의무화가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

SW 교육 교원 확보와 수업 시간 확대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혔다. 2015년 초·중등 교육정보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학교당 평균 교사 수는 0.4명에 불과했다. 초등학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학교당 교사 한 명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신규 채용과 기존의 교사 재교육 정책을 펼친다. 환경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교사의 역량과 역할은 중요하다. 예덕초 역시 올해 새로운 교사가 부임하면서 SW 교육을 경험했다.

이대열 예덕초 교사는 “지금은 SW 교육이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도·농 간 격차가 벌어지고 양극화 현상까지 초래할 것”이라면서 “열악한 환경일수록 교사 역량에 따라 학생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만큼 전문 교사 양성과 지역 교사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학교는 3년 동안 34시간 이상, 초등학교는 17시간 이상 SW 교육을 받는다. 이대로라면 한 달에 한 시간도 교육 받기 어렵다.

김재현 한국컴퓨터교육학회 부회장은 “SW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일관되고 지속된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정한 시간에 무조건 맞추지 말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시간은 SW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 강화도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최근 한국 학생들의 ICT 활용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학교나 가정에서 ICT를 활용해서 공부하거나 협업하는 활동이 부족하다.

김갑수 한국정보교육학회장(서울교대 교수)은 “ICT 교육 없이 SW 교육만 강조하는 것은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학교와 가정에서 올바른 ICT 사용법과 활용법을 가르쳐야 SW 교육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자신문 CIOBIZ]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