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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일반인이 보기에는 관료, 학자, 연구자, 시민운동가 모두 '환경'이라는 타이틀을 달면 다 똑같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환경 가치를 지키는 일을 수행한다는 맥락에서 비슷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엄마의 마음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시민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색깔은 더 나아가 확연하게 짙은 녹색이었다.

환경을 걱정하는 '잔소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 수행에서 '환경' 목소리를 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임명장을 수여하며 당부한 것 역시 '환경부는 모든 정책의 환경성을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김 장관은 최근 환경부 직원과 머리를 맞대고 '국민과 함께 여는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잔소리꾼'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렇다고 환경 외의 가치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가 향하는 환경 행정은 환경과 경제, 사람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만들기'가 궁극의 목표다.

김 장관은 “환경은 산업과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삶의 질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산업이 나아가도록 돕는 동반자”라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을 통해 궁극으로 삶의 질이 나아지게 할 방법을 찾고, 산업 발전을 넘어 국가의 지속 가능 성장에 기여하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환경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산업·경제 분야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환경부의 준비 상황은.

▲환경 분야에도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혁신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 미세먼지, 수질, 에너지 등 전반 영역에서 혁신 기술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등이 적용될수록 미세먼지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수질 오염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너무 기술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환경에 접목시킨다면 어떤 철학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뤄진 성장 일변도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것이 '지속 가능 성장'이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또 성장 위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과 대응을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환경부는 산업부 등 경제 부처에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게 봐야 한다.

기술 도입으로 삶의 질을 어떻게 나아지게 할 것인가, 발전을 넘어 궁극으로 지속 가능 성장에 기여하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 환경부의 역할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환경부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이슈에 따라 특별위원회가 구성된다. 환경부는 모든 영역에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 성장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 정책에도 적극 개입할 것이다.

-지난 7월 정부조직법 개정에서 환경부로 물 관리 정책을 일원화하는 안건이 누락됐다. 현재 상황이 궁금하다.

▲4대 강 등 공급에 치중한 물 관리 정책으로 수질은 오염되고, 필요한 때에 사용할 물이 부족해졌다. 재해도 심해졌다. 지금까지 여러 곳으로 분산해 놓은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 국민의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이제는 이를 통합 물 관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물 관리는 공급 위주 인프라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추진됐다. 지금은 물을 많이 가둬 놨지만 쓸 수 없는 물이 되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조직법에 반영되면 좋았겠지만 미뤄진 만큼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 9월까지 결론을 내려고 한다. 국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등을 직접 설득, 일원화를 추진할 것이다.

부처의 이익 관점이 아니다. 모든 강이 살아 있다고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곤란해졌다. 부족한 곳은 한없이 모자란다. 많은 곳이 오염 때문에 쓸 수 없다. 해결책으로 수량과 수질, 물은 통합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아졌다. 물 관리 일원화는 환경부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꼭 일원화할 것이다.

-봄·가을 미세먼지를 줄이는 문제가 현안이고, 국정 과제로도 책정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과의 외교 관계 접근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발생원 파악이 시작점이다. 미세먼지(PM2.5)는 이차 생성 과정이 있다. 메커니즘 연구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서 연구 진행과 동시에 기존 발생원을 찾아 자세한 저감 대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달 말에 세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종합 계획보다 구체화할 것이다.

한국이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왜 중국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 등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하면 중국이 기업 환경 규제를 강력히 해서 우리 기업이 사업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은 이미 환경, 특히 미세먼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다만 국제 관계에서 중국이 미세먼지를 많이 내도 우리가 제재할 법도 없다.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도록) 협력할 뿐이다. '중국이 심각하게 보고 있구나, 강력한 수단을 취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우리가 협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중국과 환경 협력 계획을 공동 수립할 것이다. 중국이 지금까지 거부한 환경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공동 연구, 대응 방안과 목표를 수립할 것이다. 중국에 환경협력센터를 만들고, 기술 실증 사업 등 현지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 배출원 감축에 주력할 것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 산업'을 발전·육성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신성장 동력 산업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환경 산업의 미래는 무엇인가.

▲과거 정부에서 규제 완화에 집중하다 보니 환경 관련 일자리가 줄었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의 수질·대기 전문기사 고용 의무를 없애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문제다.

규제라는 것이 부정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규제를 잘 두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이 만들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대기 오염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은 이를 맞추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단계로 흘러간다. 특정 사업을 육성시킨다기보다 기업이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오염이 많이 생기면 오염을 줄이는 사업을 벌이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회 문제를 기업이 기술 개발로 해결하는 것이다. 기업을 지원해서 산업을 발전시키기보다 근원 처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환경 산업 육성 과정에서 배제하면 안 될 것이 '사회 형평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 분야는 산업을 다른 관점, 즉 지속 가능성 측면으로 봐야 한다. 그것이 산업 발전에 맞서거나 막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을 대입해 보면 원전이나 석탄을 늘리는 것보다 재생 에너지로 8배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환경 차원이 아니라 재생 에너지 중심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환경은 산업의 걸림돌이라는 관점보다는 어떤 경우에도 삶의 질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산업이 나아가도록 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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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환경 분야에 힘을 실어 준다. 경제 부처와의 갈등·협업 부담이 줄었나.

▲국무회의뿐만 아니라 개별로도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자주 소통한다. 대통령과 국무회의 분위기나 시각이 달라졌다. 환경부가 경제 부처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수월해졌다. 다른 부처 정책에 관해 환경성을 얘기할 때도 부담이 적다. 산업·국토·환경 세 부처가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 성장을 하도록 힘을 모은다고 보면 된다.

물론 환경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이를 지원하는 것이 든든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부는 모든 국가 정책을 환경 측면에서 얘기하라”고 주문했다. 덕분에 국토부와 산업부가 많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에너지 정책은 원전과 석탄 중심의 중앙 집중형 공급 중심 일변도였다. 이제는 산업부가 방향을 재생 에너지 위주로 잡고 있어 협력하는데 훨씬 부드럽다. 환경부가 다른 부처 정책에 관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다른 부처가 대안이 없어 주저하는 것을 환경부가 제안할 수 있도록 부지런하게 활동할 것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에 앞서 항상 고민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다. 실효성 문제 등이 제기된다. 개선 방안은.

▲실제로 그동안 환경영향평가 운영 기록을 보면 제구실을 했는가 라고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객관화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선 방향은 투명성을 담보하고 공정성·객관성이 유지되도록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모두 공개하도록 잡았다.

환경영향평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업 계획 이후에야 환경영향평가를 해 달라고 협의 요청을 하는 순서다. 이는 이미 갈등이 형성된 뒤어서 돌이킬 수 없다.

이에 따라서 그 앞 단계로 나가 사업 예비타당성평가부터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다. 환경영향평가를 지속 가능성 평가로 범위를 넓히고,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결혼 후 대구로 내려가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때 대구 시민대표로 나서며 환경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노원구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서울시의회 의원을 거쳐 열린우리당에서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환경특보로 활동했다. 참여정부 민원제안비서관과 제도개선비서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비서관을 역임했다.

환경 연구와 공공 분야 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 연구기관 '지속가능성센터지우'를 설립, 대표를 지냈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 캠프인 '미래캠프'에서 생태환경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19대 대선에서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을 지낸 뒤 7월에 환경부 장관으로 부임했다.


대담=이호준 산업정책부장, 정리=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