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Ⅰ]산업이 미래다〈4〉통신 SWOT 분석

한국 통신 산업이 이처럼 큰 변곡점 위에 선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올해 통신사가 마주한 현실은 평범하지 않다. 세계 최고 인프라를 구축하며 수출 한국을 떠받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대들보 역할을 하면서도 '손쉽게 돈을 번다'는 따가운 눈총과 함께 강한 통신비 인하 압박에 직면했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주도하느냐 마느냐를 가를 운명의 순간이기도 하다. 한국 통신 산업이 처한 현실을 SWOT 분석으로 짚어본다.

◇강점(Strength) “세계 최고 통신인프라·단말 경쟁력 확보”

한국 통신 산업 최대 강점은 인프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간한 '2017년 국가정보화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선정 ICT 발전지수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가구 인터넷 접속률 99.2%로 1위, 인터넷 평균 접속 속도 26.1Mbps로 1위였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조사 결과 지난해 무선인터넷(LTE) 다운로드 속도는 국내 평균 117Mbps로 미국(23.6Mbps), 일본(37.2Mbps), 영국(33.5Mbps), 프랑스(27.5Mbps), 독일(43Mbps) 등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외국은 지하철 등 통화 불능지역을 제외한 수치다. 한국은 지하철 통신 품질을 중요시한 나머지 지하철 평균 다운로드 속도(191Mbps)가 전국 평균을 뛰어넘는다. SK텔레콤은 5월 수중통신망 기술을 공개했다. 통신 영역을 바다 속으로 확장한 것이다. 지하와 산, 바다에 이르기까지 통신 가능 면적만 고려한다면 한국은 '통신 대국'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나라다. 세계 최고 통신 인프라는 ICT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지난해 ICT 수출은 1625억달러(183조원)로 전체 수출 32.8%를 차지했다.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다.

한국은 통신 단말 경쟁력도 세계 최고다.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을 8253만대 판매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이 22.5%에 달했다. 2위 애플, 3위 화웨이를 합친 것보다 높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삼성이 1년 만에 1위를 탈환한데 이어 LG전자도 선전하면서 2분기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었다. 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77.7%다.

지난해 4월 나스닥 상장사 존테크놀로지 인수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우측 두번째)이 네트워크 부문 해외 매출 확대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약점(Weakness) “네트워크 장비 외산 의존도 심각”

한국 통신 산업 최대 약점은 네트워크 장비 외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공공시장 기준 국산 장비 점유율은 광전송 29%, 스위치·라우터 11%, 가입자장비 27.5%에 불과하다. 통신 시장 전체에서는 20% 내외로 추정된다. 전문인력과 기술력, 투자여력, 브랜드 인지도 등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장비 기업에 뒤처진다. 통신사 롱텀에벌루션(LTE)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생존 위기를 겪는 업체가 적지 않다.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는 일찍부터 인수합병(M&A)으로 몸을 불리며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로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네트워크 산업 특성상 타사 장비는 호환이 불가능한 폐쇄성에 힘입어 이들은 세계 시장을 과점했다. 점유율 상위 5개 기업이 세계 시장 80% 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장비 기업 연간 R&D 투자액은 5조원을 넘는다.

정부는 최소한 공공시장 국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낮은 인지도와 품질 문제를 우려해 담당자가 국산을 기피한다. 최근에는 중국 업체 초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다. 2014년 기준 공공시장 외산 점유율은 77%에 달한다.

다가올 5G 시대에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3대 장비업체가 5G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국내 통신 3사도 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5G 상용화 경쟁이 '외산 장비 업체만 돕는 꼴'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도록 정부와 통신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회(Opportunity) “5G 세계 최초 상용화 기대”

통신 산업의 가장 큰 기대 요소는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될 5G다. 4차 산업혁명 특징이 '초연결(hyper-connected)'이라는 점과 이 역할을 감당할 만한 기술은 5G밖에 없다.

5G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기기를 빠르게 지연 없이 연결해야 한다는 필수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4세대(4G)에 비해 10배 이상 성능이 필요하다. 최고 20Gbps 전송속도(체감 100Mbps), ㎢당 최다 100만개 기기 연결, 전송지연 시간 1000분의 1초(1ms) 미만, 고속 이동성 500㎞/h 등 극한 지표를 충족해야 한다.

한국 통신사업자는 발 빠른 대응으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와 상용화 타이틀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2019년 세계 첫 5G 상용 전파를 쏜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신사업자와 제조사 등이 참여하는 '5G 포럼'을 조직하고 5G 시대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5G 이동통신산업 발전전략'을, 올 1월에는 'K-ICT 스펙트럼 플랜'을 수립하는 등 국가 지원체계를 갖췄다.

5G 도입으로 통신사는 이동통신에 접속하는 미디어와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자동차 등 차세대 주력 단말기를 확보하게 된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로 요금인하 압박이 줄어들 수도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산업에서 서비스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4G 서비스 주도권을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에 내주고 네트워크 제공자에 머문 실수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출입기자단과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위협(Threat) “지나친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투자여력 상실 위험”

통신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과도한 통신비 인하 압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언급한 '이동통신 기본료 인하'가 보편요금제 등 다양한 형태로 얼굴만 바꾼 채 나타나 통신사를 짓누르고 있다. 기본료 폐지가 법으로 불가능하자 비슷한 효과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것이다.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확대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25% 인상이 시행됐다. 자사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와이파이망을 공공에 개방하는 정책을 현실화했고 보편요금제, 분리공시제, 단말 완전자급제 등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연간 4조6000억원이다. 통신 3사 연간 영업이익 3분의 2가량이 날아간다.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알뜰폰 활성화, 제4 이동통신 도입까지 겹치면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다. 가뜩이나 세계 최하 수준인 통신 3사 영업이익률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5G 투자를 앞둔 통신사는 난감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 정부가 정작 인프라 역할을 하는 5G 투자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서다. 5G에는 이전 세대보다 많은 투자비가 들 것이다. 주파수 특성상 매우 촘촘하게 이동통신 기지국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 3사와 정부가 힘을 합쳐 5G 인프라에 공동 투자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 수익 배분, 망관리 책임 등 문제가 생긴다. 통신사는 5G 투자여력을 고려한 통신비 인하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통신 산업 SWOT 분석>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