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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신임 CEO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 사장은 최근 큰 폭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CEO로 내정된 이 후 첫 경영 행보다. 조직은 축소하고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9개 부문을 7개로, 5실에서 3실로 재편했다. 임원급 연령대를 낮추고 자리도 줄였다. 오성목 사장 등 일부 사장급 임원은 물러났으며 박윤영 부사장을 승진시켜 구 사장과 '투톱 체제'로 사령탑을 쇄신했다. KT는 “유연한 고객 요구 수용, 5G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 글로벌 수준의 준법경영 체계 완성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인사와 조직 개편을 보는 평가는 나쁘지 않다. 가볍고 빠른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고객을 중심으로 민첩하게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고 전문가를 중용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는 올바른 방향이다. KT역사에서 처음으로 투톱 체제를 도입한 점도 돋보인다. 회장에서 사장으로 CEO 위상을 낮추면서 부문장 중심으로 책임과 역할을 분산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한 마디로 '공룡' KT가 성숙한 통신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치타'와 같은 가볍고 빠른 움직임이 필수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가볍고 빠른 KT를 위해서는 생태계가 중요하다. 한 때 통신업계는 '탈통신'을 부르짖으면서 기존 '빨래줄 장사'는 한계를 느껴 여러 사업에 진출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여전히 기존 사업을 과감히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을 뒤흔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모두 속도가 중요한 기술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아니고는 따라갈 수가 없다. KT 혼자만으로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오직(only) KT'에서 '더불어(together) KT'로 과감하게 탈바꿈해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조직개편도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