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LG유플러스 IPTV에서 20번대 채널로 밀려났다. 기존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기관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등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현대홈쇼핑 이동으로 주인이 없어진 10번대 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홈쇼핑업계의 '배팅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과 LG유플러스는 지난 9일 차회 개편에서 편성될 채널 번호와 송출수수료 규모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홈쇼핑은 10번에서 28번으로 이동한다. 송출수수료는 100억원대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후 45일 만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직접 조정안을 제시하기 전 사업자 간 합의를 권고했고, 이를 현대홈쇼핑과 LG유플러스가 받아들였다”면서 “양측이 일정 부분을 양보하면서 분쟁 조정을 취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홈쇼핑과 LG유플러스는 모두 “양사 합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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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은 당초 LG유플러스에 현재 편성된 10번 유지와 송출수수료 동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전년 대비 20% 이상 인상을 제시했다. 양사는 수차례 조율을 시도했지만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LG유플러스는 현대홈쇼핑과의 협상 종료를 선언하고 10번을 새로운 사업자에 넘기기 위한 입찰을 검토했다. 이에 따라 현대홈쇼핑은 홈쇼핑 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방통위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홈쇼핑 고위 관계자는 “현대홈쇼핑이 사실상 협상에 실패하면서 현 번호보다 재핑(채널전환) 효과가 적은 뒷자리로 밀려나게 됐다”면서 “홈쇼핑 사업자의 연쇄 번호 이동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현대홈쇼핑이 자리를 옮기는 28번은 현재 T커머스 업체 SK스토아가 편성된 자리다. SK스토아는 이미 280억~300억원 규모의 송출수수료를 투입, LG유플러스와 12번 채널 사용에 합의했다. 12번을 사용하고 있는 롯데홈쇼핑은 뒤 번호로 밀리지 않기 위해 10번대 채널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롯데홈쇼핑이 송출수수료 증가를 무릅쓰더라도 10번을 확보하기 위해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협상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이 KT에서 30번대, 올해 현대홈쇼핑이 LG유플러스에서 20번대로 각각 밀려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쟁사에 현재 번호를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후발 주자인 T커머스 사업자들이 번호 쟁탈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도 압박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홈쇼핑이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인기 번호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많은 비용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홈쇼핑과 IPTV 간 입장은 갈린다.

홈쇼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사례로 유료방송이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아주 유리한 패를 쥐게 됐다”면서 “당분간 송출수수료 급등에 따른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예의 주시했다.


IPTV업계 관계자는 “17개에 이르는 쇼핑 채널이 몰리며 채널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수수료도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IPTV가 적절한 투자로 가입자를 늘리면서 양질의 쇼핑 고객을 확보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