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최첨단 살인 로봇은 한쪽 눈을 모니터로 활용했다. 당시에는 터미네이터가 바라보는 대상이나 환경 정보가 눈 앞에 주르륵 떠오르는 장면이 꽤인상적이었다.

세월이 흘러 최근 종영한 국산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스마트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증강현실(AR) 게임을 현실감 있게 즐기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마법의 세계와 현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를 넘나드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새롭다거나 특별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상과학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과학은 이런 상상과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상상으로 그린 미래 모습이 구현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해왔다.

오늘 또 하나의 과학기술 성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콘택트렌즈를 구현하기 위한 전력공급 기술을 개발해 냈다. 망막 위에 바로 착용해 모니터처럼 활용하면서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스마트콘택트렌즈를 구현하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착용감이 좋아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또 착용한 상태에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감전 위험도 없어야 한다. 디스플레이 구동전원은 착용 상태에서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무선충전기술은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이번 국내 연구진의 개발 성과는 디스플레이를 망막위에 올려놓는 최첨단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구현의 토대를 마련한 쾌거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에서도 오래전부터 증강현실을 위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나서왔고, 일부 기술에 대해서는 이미 특허도 출원했다. 자유롭게 시선을 돌려도 항상 눈 앞에 따라오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