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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의무송출 제도가 폐지된다. 정부는 2011년 12월 개국한 종편이 8년간 자생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종편간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힘 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료방송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경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의무송출 제도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을 통해 '종편 의무송출제도 개선방안 연구' 과제를 진행했다. 2000년 도입된 종편 의무송출 제도가 다른 방송사업자와 역차별을 조장하는 특혜인지 검토한 것이다.

KISDI는 국내외 문헌과 시장 상황 분석하고 과기정통부·방통위와 '종편 의무송출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종편 의무송출 제도 폐지안을 다수안으로 도출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각각 제도 폐지로 정책 방향을 확정, 과기정통부가 후속절차를 밟았다.

폐지안은 방송법이 규정한 유료방송의 '채널 구성의 다양성' 구현 의무가 종편 의무송출과 무관하다고 봤다. 또, 2001년 홈쇼핑PP가 의무송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종편·보도전문채널 등 승인PP에 대한 무조건적 의무송출 지원에 대한 타당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종편의 시청점유율, 방송사업매출 및 광고매출 등이 지속 상승해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사라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신규 사업자 보호 논리가 유효하지 않고 다른 방송 사업자와 역차별을 바로 잡을 시기라는 것이다.

실제 특수관계자, 지분소유, 구독률 환산분을 제외한 종편 합산 시청점유율은 2012년 5.03%에서 2018년 14.29%로 약 3배 증가했다. JTBC는 지상파 MBC까지 제쳤다. 반면에 지상파 합산 시청점유율은 2012년 47.73%에서 2018년 30.75%로 16.98% 포인트(P) 감소했다.

시청점유율은 총 시청시간에서 해당 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상파 영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종편이 시청자 저변을 넓혔다는 방증이다.

종편 방송사업매출도 급증했다. 2012년 2264억원에서 2018년 8018억원으로 연평균 23.46% 늘었다. 방송사업매출 중 광고매출은 같은 기간 1710억원에서 4481억원으로 연평균 17.42% 증가했다. 광고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5.5%에서 55.9%로 줄었다.

◇영향은

종편이 의무송출 채널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유료방송 사업자가 채널구성에서 종편을 제외할 가능성은 낮다. 지상파 방송 3사 채널보다 못하지만 종편 모두 일반PP를 상회하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채널구성에서 종편을 제외할 경우 유료방송 플랫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8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종편이 제외될 경우 유료방송 플랫폼을 전환하겠다는 응답자가 46.9%로 조사됐다. 지상파 방송 3사 채널 53.0%보다 낮았지만 유의미한 수치다. 채널별로는 JTBC 54.4%, 채널A 27.0%, TV조선 24.4%, MBN 24.2%로 격차가 있었다.

종편은 의무송출 대상에서 제외돼 특혜를 잃게 되지만 반대로 유료방송과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시 채널공급중단을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JTBC는 의무송출 플랫폼이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연간 PP사용료 세 배 인상을 요구하고 불발되자 공급을 중단했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종편이 의무송출 채널이라며 PP사용료 인상을 저지해왔던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은 방어 논리를 잃게 된다.

종편은 시청점유율이 꾸준히 성장, 지상파 방송과 격차가 좁혀졌다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기준 월 50원 수준인 PP사용료의 세 배 이상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편 4사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커진 JTBC는 지상파 수준의 대우를 원한다고 전해졌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는 CPS 월 400원에서 500원 이상으로 인상을 추진 중이다.

종편은 방송사업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안정적 흑자를 내는 곳은 JTBC뿐이다. 영업손익 개선을 위해 압박수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해 JTBC는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3사는 적자다. 영업손실 규모는 채널A 78억원, MBN 35억원, TV조선 10억원이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PP사용료 재원을 기본채널수신료매출로 한정짓는 상황에서 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이 실현되면 중소PP를 포함한 다른 채널 몫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유료방송 시장에 저가 요금 구조가 고착화돼 기본채널수신료매출이 늘어날 여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우려는

종편 의무송출이 폐지되면서 유료방송과 종편 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양측 모두 자율성이 제고됐다. 종편 프로그램사용료도 시장 원리에 따라 적정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모두 동의하는 합리적 프로그램 사용료 대가 산정 방식이 없다는 것이다. 종편은 근거없이 높아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사용료를 기준으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를 상대로 난시청 해소와 방송광고매출 기여분 등을 고려해 CPS를 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에 이어 종편이 프로그램 사용료와 관련해 목소리를 키워 유료방송사와 분쟁이 격화될 경우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협상력 열위에 있는 중소PP 등이 피해를 입을 우려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업자간 사적계약인 대가 계약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조정안에 대한 이행 구속력이 없다.

홍종윤 서울대 박사는 “종편 프로그램 사용료 기준을 지상파 CPS로 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다른 PP와 동일하게 유료방송 플랫폼별 PP평가 기준에 맞춘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