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분위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나왔다.

10일이면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는 가운데 각국 전문가들은 새로운 통상질서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Photo Image
<다니엘 아이켄슨 선임연구원이 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2020 미 대선 전망과 미국의 대중국 통상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다니엘 아이켄슨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Cato)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20 글로벌 통상환경전망 국제 콘퍼런스'에서 “내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어느 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든 미국의 중국 정책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중국이 중상주의적 기술 정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 이상 미중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켄슨 연구원은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자유무역이나 글로벌 통상보다는 국가 안보, 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초당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면서 “기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 근본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 우위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냉전기조는 바뀌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대두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에 대해 콘퍼런스에 참석한 연사 대다수는 같은 의견을 보였다.

줄리아 야 친 미국 웨인주립대 교수도 “미중 무역분쟁은 WTO체제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이는 다자 무역체제의 권위와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보조금, 국영기업 등에 대한 WTO 규정 개정 문제와 디지털 무역 협상에 있어서 미중의 충돌이 WTO 체제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측 발표자 역시도 WTO의 한계를 지적했다. 츠요시 카와세 일본 조치대 교수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일본산 공기압밸브 등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발생했던 두 차례의 WTO 제소 사례를 예로 들었다.

츠요시 교수는 “처음부터 WTO 사건은 과다하게 정치화할 잠재력이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7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서도 “일본의 조치가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WTO에서) 정당화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라면서 WTO 체제가 갖고 있는 한계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 무역 전문가들이 이처럼 WTO 체제 이후의 통상 질서를 모색하는 이유는 WTO의 기능이 정지되는 유례없는 사례를 맞기 때문이다.

7명으로 구성된 WTO 상소기구는 이미 미국의 선임 반대로 4명이 결원 상태다. 오는 10일(현지시간)이면 인도와 미국 출신 위원 임기가 종료돼 사실상 기구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상소기구 기능이 마비될 경우 그간 WTO 주도로 진행됐던 세계무역체제가 보호무역이라는 변화의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김영주 무역협회장도 “앞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경제 우선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세계 경제 침체 피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국가가 무역 분쟁을 해소하고, 보호 무역장벽 확산 막기 위한 공동 노력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