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513조 규모 정부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늑장처리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두고 대치 중인 여야는 처리 시한이 임박해서도 '네 탓' 공방을 벌였다. 10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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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의총장에 자유한국당 규탄 손팻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 따르면 국회법은 매년 12월 2일을 이듬해 정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으로 규정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부수 법안을 심사해야 하며, 이를 마치지 못하면 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 예산안 그대로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올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정부 예산안에도 불똥이 튀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무제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개회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예산안 늑장처리를 방지하고자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됐으나 시행 첫 해인 2014년을 제외하곤 5년 연속 법정시한을 어겼다. 작년에는 12월 8일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예결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예산안은 법정시한이 지나면 교섭단체 원내대표간 협상을 통해 정부 초안을 수정해 처리한다”면서 “올해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때문에 (빠른 처리가) 쉽지 않아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예산안 늑장처리와 관련해 상대를 비난하는데 열중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예산안 협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야당과 4+1로 처리하겠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도 예산안을 지각 처리하게 됐다는 꼬리표가 붙게 된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한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이런 상황을 초래한 한국당에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전적으로 정략적 목적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 심사를 방해한 한국당 책임이 크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0일 이전에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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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투쟁을 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청와대 사랑채 인근 투쟁천막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당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스스로 민생을 내팽개치고 협의를 거부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마저 정치적 공세수단으로 이용해 심의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도 “민주당은 어제(1일) 느닷없이 필리버스터 철회 없이는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겠다고 주장하며 간사협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본회의 안건에 대한 '무한 수정안 발의'로 준법투쟁에 나서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아직 논의된 사항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이날 예정됐던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과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야간 협의테이블은 모두 중단됐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