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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과 대형마트 등 신용카드결제 사용이 많은 대형가맹점이 속속 직승인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직승인이란 신용카드사가 가맹점과 직접 전용회선을 연결하고 중간에 승인중계회사(밴사)를 배제시켜 직접 승인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밴사를 카드결제 모든 과정에서 배재시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중소형 가맹점은 신용카드 거래 시 각 카드사와 직접 회선을 연결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카드사와 회선이 연결된 밴사 중계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신용카드사는 밴사에 중계처리 대가로 밴 수수료를 지급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신용카드사가 대형가맹점 대상으로 직승인 체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밴사에 주는 비용을 줄여 중소 가맹점에 그 혜택(가맹점수수료 인하)을 돌려주겠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오히려 대형가맹점 배만 불려주는 우회 리베이트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방관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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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업계, 카드사-대형가맹점 유착 주장

밴업계는 대형가맹점 직승인에 대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유착, 우회 리베이트라는 주장이다.

직승인 방식을 이용한 가맹점 수수료 할인은 밴 리베이트를 규제해, 중소형 가맹점 비용부담을 경감하고자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입법 취지에 정면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미 카드사가 정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밴 대행 수수료를 비상식적으로 인하한 상황에서 직승인 체계까지 확산될 경우, 밴업계는 도산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카드사가 직승인으로 절감된 비용을 중소형 가맹점에 혜택으로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대형가맹점 마케팅 비용 지원 등으로 둔갑돼 우회 리베이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가맹점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져 오히려 영세가맹점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대형가맹점이 신용카드사와 직승인 구축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전법 개정안에 '밴 리베이트 수수 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신용카드사와 직승인 구축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대형가맹점은 카드사가 밴사에 지불한 밴 수수료중 상당 부분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밴사로부터 돌려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드사, 직승인 체계가 어차피 대세

2012년 밴사업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삼일PWC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밴사의 연간 수수료 수입은 8694억원이다. 이중 29.5%에 달하는 2365억원이 대형가맹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 규모라고 추정했다.

KDI보고서에도 “대형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로 인해 중소형 가맹점은 실질적으로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고, 이 중 일부분은 대형가맹점으로 귀속되는 '교차보조'가 발생된다”고 지적했다. 리베이트가 전면 금지되자 이제는 직승인을 통한 우회 리베이트를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와 공조해 제공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신용카드 업계는 직승인이 리베이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밴 대행 수수료를 절감해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에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밴 업계가 사지에 몰리자 직승인 체계 도입까지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직승인은 신용카드 시장에서 어차피 가야할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직승인 직격탄...업계, 수수료 곤두박질

여전법 개정 이후 실제 밴사가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신용카드사와 밴사업자는 밴수수료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기존 정액제 방식을 신용카드사에 유리한 정률제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실제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대비 밴 수수료는 악화일로다.

2016년 1분기 밴 수수료는 9.4%였지만 2017년 1분기 8.6%로 떨어졌고, 2018년 1분기에는 8.2%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후방산업인 밴 업계 줄도산 위기가 현실화됐다.

밴사들이 정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힘들어하는 카드사에 수수료를 적게 받으면서 고통 분담을 했다. 하지만 카드사가 또다시 직승인 체계를 들고 나오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정부도 직승인이 리베이트냐, 아니냐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혼선만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카드결제 비중이 높은 대형가맹점이 여전법 개정으로 밴사로부터 받던 리베이트를 못받게 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직승인을 먼저 카드사에 제안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밴 리베이트를 받는 대신 신용카드사로부터 가맹점수수료를 할인받기로 했다는 정황이다. 카드사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밴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형가맹점이 연간 2400억원에 달하는 밴 리베이트를 받다가 이제는 직승인 방식을 이용해 이 금액을 보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정확한 결론을 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운사이징 밴을 포함한 직승인 체계가 여전법 위반 소지가 큰 만큼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부 밴사는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