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Vin)그룹이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위해 삼성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삼성 부품 협력사와 거래를 추진하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주력 스마트폰 공장이 있는 곳으로, 국내 전자산업 핵심 생산기지다. 그동안 한국과는 경제 동반자 관계에 있었지만 베트남이 자국 산업 발전을 추진하면서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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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룹 계열 스마트폰 업체인 빈스마트 홈페이지 화면>

19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최대 민영 기업 빈그룹이 최근 자체 스마트폰 제조에 착수하면서 한국 개발 인력을 적극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빈그룹은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력을 주 영입 대상으로 삼고 삼성보다 높은 연봉 등을 제시하며 스카우트에 나섰다. 실제 이직도 이뤄져 삼성 베트남법인에 수년간 근무하던 팀장급 인사가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과 한꺼번에 이동한 경우도 생겼다. 개발뿐만 아니라 구매 쪽 인력도 이직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은 현지 진출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를 갖춰 근로 여건이나 임금 면에서 베트남 내 최상위 수준에 속한다. 그럼에도 빈그룹이 삼성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건 그만큼 강한 의지로 인력 영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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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마트 스마트폰 개발자 채용 홈페이지 공고. 스마트폰 구조 디자인, 5G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 시스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개발 등 스마트폰 관련 분야에서 5~10년 이상 경력직원을 뽑고 있다.>

빈그룹은 한국 부품사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갈 부품을 한국 부품 업체,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 협력사에서 조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사 관계자는 “부품 납품이 결정돼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서 “조만간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빈그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부품 업체 인수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광학 부품 업체 B사의 베트남 현지 법인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빈그룹은 베트남 최대 민영 기업이다. 팜낫브엉 회장이 해외 유학 중에 식품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본국으로 돌아와 리조트와 부동산 개발을 추진, 그룹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의료, 편의점, 마트, 자동차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연매출 6조~7조원대 베트남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빈그룹은 2014년 통신장비 전문 제조업체 빈스마트를 설립하고 지난해 말 스마트폰 4종을 첫 출시했다. 이후 스마트폰 사업 확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이퐁 1공장에 이어 내년 완공을 목표로 2공장을 짓고 있다. 2공장은 1공장보다 5배 늘어난 연간 1억250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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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룹 사업 현황(자료: 미래에셋자산운용)>

빈그룹은 베트남의 탄탄한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경험한 인력과 한국 부품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단기간 끌어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다. 삼성의 스마트폰 생산 기술과 노하우는 후발 주자가 단시간에 따라잡기 어렵지만 배울 수 있다면 격차를 좁히는 기회가 된다. 또 삼성에 부품을 공급한 기술과 경험이 있는 한국 부품 업체와의 거래도 빈그룹의 스마트폰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빈그룹의 공세는 국내 스마트폰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업 확대에 따른 시장 경쟁 가열, 인력 이동을 통한 노하우 및 기술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삼성은 베트남에 자사 최대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베트남 정부 및 민간 기업과의 관계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 삼성은 빈그룹의 스마트폰 사업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공개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빈그룹과 한국 부품사 간 거래를 껄끄러워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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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전경.<사진=전자신문DB>>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