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사진= 아람코 코리아 제공]>

기업공개(IPO)에 돌입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2조달러(2336조6000억원)에 이르던 기업가치를 평가 절하하면서 국내 정유업계 셈법이 복잡해졌다. 원인으로 지목된 대세적 국제 유가 하락 전망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양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아람코 기업가치를 1조7000억달러(1985조9400억원)로 평가했다. 애초 밝혔던 2조달러(2336조6000억원)보다 3000억달러(350조6600억원)나 적게 제시했다.

이는 세계 주요 은행 16곳이 평가한 최소 1조1000억달러(1285조2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달러(2920조5000억원), 평균 1조7500억달러(2044조7000억원)보다 500억달러(58조4200억원)나 내려잡은 것이다.

중동 석유 패권자인 아람코가 몸값을 내리면서까지 IPO를 서두른 가장 큰 이유로는 국제 유가 하락이 꼽힌다. 현재 미국은 셰일오일 혁명으로 값싼 원유 공급을 늘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브라질,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원유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이른바 '원유 홍수(flood of oil)'다. 지난 9월 아람코 정유시설의 무인항공기 피격에도 국제 유가 상승폭이 제한됐던 배경이다.

아람코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 9일 발간한 투자안내서에는 2035년 석유 수요가 정점에 치달을 것이란 전망이 담겼다. 일부 진단과 시차가 있긴 하지만 수요 둔화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을 예상한 데는 이견이 없다.

국내 정유업계는 아람코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상대로 국제 유가가 떨어진다면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 통상 원유 소비가 늘어 석유 제품 가격이 뛰고 정제마진 확대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단기 급락한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8월까지 배럴당 100달러 넘던 두바이산 원유가 같은 해 12월 60.23달러까지 내렸을 때, 국내 4사 영업손실은 2조원에 이르렀다. 재고평가손실이 급격히 커진 탓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두바이산 원유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70%대에 이른다.

물론 각 사별로 영향 차이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현대오일뱅크는 2대 주주인 아람코와 원유 수입 계약을 체결할 때 '원유 가격이 국제 시장 가격과 같거나 낮을 때 수입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20년 이상 원유를 구매하는 장기 계약도 체결했다. 손실을 줄이면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 수익 개선의 관건은 결국 수요 회복”이라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돼 수요가 되살아나고 저유가까지 지속된다면, 정유사는 정제마진 확대로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몸값 낮춘 '아람코'…국내 정유사 셈법 복잡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