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이 되고자 정치계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치권에 파견 나와 있는 건전한 시민'을 나의 정체성으로 인식했습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내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통일운동)을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펼쳐 보려 합니다.”

지난 17일 여의도 정계에서 화제가 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18~20대 국회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16~17대 국회의원)의 '불출마의 변'이다. 이보다 앞서 다른 정치인의 21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이 있었지만 제1야당의 영남 3선 중진의원과 한때 여당의 차세대 대권 주자로 여겨지던 인물 등 이들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뉴스였다.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 남짓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쇄신론'에 불이 붙었다.

물론 이들의 불출마 선언 뒤에 또 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녹아 있을 수도 있다. 애초 자신의 명예와 이권을 챙기기 위해 정치권에 입문한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는 정치인을 자주 봐 왔기에 그다지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한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큰 탓이다. 당장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권에서 삼고초려하면 돌아올 수 있고, 큰일을 할 것” “부산시장이 목표였기 때문에 지금 세게 '베팅'을 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 뒤에 어떤 의도가 있든 현 정치권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불출마 선언 전문을 읽어 보면 현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절망, 그 속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공통적으로 느껴진다. 국내 정치권의 혁신이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보여 주는 것 같아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마다 정계에 입문하면서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높은 꿈을 품었지만 쓸쓸히 뒤돌아서는 모습이 보기 좋지만은 않다.

한발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도 우리 정치를 바꿔 놓을 자신은 없다”고 토로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당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거쳐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지만 생각한 대로 되진 않았나 보다.

그러나 어쩌랴. 정치권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힘'은 예사로운 게 아니다. 입법부의 권한이 나날이 커진다고 불만이 많지만 그것은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국회가 소모성 정쟁을 최소화하고 국가 발전에 필요한 입법과 견제 기능을 수행한다면 그 힘을 나무라지만은 못할 것이다.

한때 '뉴페이스'로 불리던 이들이 퇴장하면서 그 자리는 또 다른 새로운 인물이 차지할 것이다. 그들도 앞선 뉴페이스와 마찬가지로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한 걸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실패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정치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많지만 그래도 꿈같은 바람을 품어 본다. 또 다른 불출마 정치인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정치 외면하지 마시고 저처럼 지치고 소진된 사람과 임무 교대, 바통 터치를 해 줘야 대한민국이 삽니다”라고 했듯이 정치권 쇄신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

Photo Image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