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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적용된 애플 에어팟 프로

애플의 무선 이어폰 신제품 '에어팟 프로'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국내 출시 첫 날에는 애플 가로수길 매장 앞에 신형 아이폰 출시 때나 볼 수 있었던 긴 대기 줄까지 늘어섰는데요. 에어팟 시리즈 중 처음으로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이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힙니다.

ANC는 이름 그대로 주변 소음을 상쇄시켜 귀에 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기술입니다. ANC가 적용된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처음 착용하면 거짓말 같은 고요함에 깜짝 놀라곤 하죠. 시끄러운 커피숍이나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안에서도 귀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의 음량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이 노면 소음을 줄여주는 자동차용 ANC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생활 속 곳곳으로 파고드는 ANC 기술의 원리와 등장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ANC 기술은 어떻게 소음을 줄이나요?

A:ANC 기술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리'의 특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는 물과 공기 등이 진동하며 에너지가 전달되는 파동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 파동이 공기를 타고 귀 안 쪽에 있는 고막에 닿아 '들린다'라는 감각으로 인식되는 식이죠.

파동은 진동 크기는 같지만 진행 방향은 반대인 다른 파동을 만나면 서로 영향을 미쳐 사라집니다. 이를 물리학 용어로 간섭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ANC 간섭 현상을 인위적으로 발생 시켜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입니다.

ANC 이어폰은 바깥쪽에서 외부 소음을 수집하는 마이크가 있습니다. 마이크로 소집한 소음 파동을 이어폰에 탑재된 회로 칩이 실시간 분석, 반대 파동을 생성합니다. 이를 통해 외부 소음을 상쇄하고 귀 안 쪽에는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작은 크기의 이어폰에 들어가는 회로 칩 성능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당연히 모든 소음을 상쇄할 순 어렵습니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큰 소리는 ANC 기능을 활성화 시킨 상태에서도 들리곤 하죠. 대신 비행기를 탈 때처럼 일정한 소음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효과를 크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가 있다면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도 있겠죠? 귀마개가 바로 대표적인 PNC 도구입니다. 커널형 이어폰이나 귀를 크게 덮는 오버이어 헤드폰 등은 기본적으로 PNC가 적용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흔히 이야기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ANC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Q:ANC 기술은 어떻게 개발됐나요?

A:ANC는 처음부터 음악 감상을 위해 개발된 기술은 아닙니다. 현재 편리하게 사용하는 많은 과학기술이 그렇듯 군사 목적에 의해 개발이 시작됐죠.

미국 정부는 1978년 음향기술업체 보스(BOSE)에 노이즈 캔슬링 기술 개발을 의뢰했는데요. 전투기 조종사나 나사(NASA) 우주인이 제트엔진, 로켓엔진 소음 속에서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단순히 귀마개로 귀를 막아버리면 의사소통 자체를 할 수 없으니 소음은 상쇄시키면서 대화는 가능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죠.

보스는 이후 8년간 연구 끝에 1986년 첫 군용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어 독일 젠하이저가 민간 항공기 조종사를 위한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내놓는 등 점차 민간 영역으로 기술이 전파됐죠. 지금도 보스는 ANC 헤드셋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으로 유명합니다.

민간 시장에서는 음악 감상 분야에서 ANC 기술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이들도 비행기에서 편한 휴식을 위해 ANC 헤드셋과 이어폰을 애용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소니가 ANC 기술을 적용한 무선 헤드셋과 이어폰으로 인기를 끌었고, 애플이 에어팟 프로를 선보이면서 일부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적으로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Q:이어폰 말고 어떤 분야에 ANC가 활용되나요?

A: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노면 소음과 반대되는 음파를 만들어 소음을 줄이는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에도 여러 자동차 제조사에서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적용했는데, 노면 소음 쪽은 처음이라고 해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엔진과 달리 노면은 도로 상태와 타이어, 날씨, 환경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서 기술 적용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자동차 업계는 정숙성 확보를 위한 방음·흡음 소재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어요. 자동차에 방음재를 많이 넣다보면 무게가 무거워져 연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제조 원가도 오르기 마련이죠. RANC는 자동차 무게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소음 유입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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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쉽게 배우는 물리 [빛·소리·파동], 닛타 히데오 지음·김진미 옮김, 성안당 펴냄

빛, 소리, 파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파동의 일종인 빛과 소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동의 기본적인 성질을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만화를 통해 공간에 퍼져나간 파동이 시간과 함께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쉽게 설명한다. 고교 물리 수준의 파동에 관한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주요 내용을 반복해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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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 청각, 김규상 지음, 이담북스 펴냄


작업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직업성 난청의 주요 원인인 소음뿐 아니라 다양한 소음 환경과 그로 인한 청력 영향, 이명, 청각에 미치는 요인을 살펴본 책이다. 일반 근로자 외에도 소아, 청소년, 노인 및 특수종사자의 청력 영향, 소음 노출로 인한 업무관련성이 높은 직업성 난청, 청력보존 프로그램 평가와 소음성 난청의 청능재활, 소음성 난청에 대한 주요 논점 및 우리나라 산업청각학적 연구고찰에 대해 다뤘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