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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그룹 인사에는 '불확실성'이 다른 그룹보다 더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경기침체 등 공통적인 변수뿐만 아니라 재판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와해 등 재판이 줄줄이 걸려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는 기조 속에서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 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에도 재판으로 인한 사업의 영향을 최소화해온 만큼 정기 인사를 예정대로 실시함으로써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인사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색깔이 얼마나 묻어날지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올해 한층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쳤다.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출장가서 현지 협력업체들을 만나 문제 해결에 앞장섰고, 국내에서는 연이은 현장 방문으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인도, 사우디, 유럽 등으로 출장을 다니며 글로벌 협력도 주도했다. 국내외 사업을 전반적으로 살핀 이 부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할지 주목된다.

삼성은 통상 12월에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역시 12월 초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도 12월 초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새해 사업을 준비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그룹 인사의 절대 원칙은 '신상필벌'이다. 성과가 있는 곳에는 과감한 보상을 했다. 부진한 곳에는 책임을 묻고, 변화를 통해 혁신을 도모해왔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면서 승진 인사 폭이 컸다. 승진자 수는 2018년 220명, 2019년 158명이었다. 올해는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만큼 승진자 수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12명의 발탁 승진자를 비롯해 80명의 승진자를 배출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승진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점쳐진다.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변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실행할 적임자들을 배치하고, 조직도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각 계열사들은 회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미래전략실이 있을 때는 그룹에서 인사를 총괄했지만,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각사가 자체적으로 인사를 실시했다.

계열사들은 올해 실적이 엇갈리는 만큼 인사 역시 실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SDS가 성장세를 이어갔고, 다른 부품 계열사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책임을 묻는 변화 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이 높은 사장단 인사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 재판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파기환송심 결과가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전에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재판이 큰 변수인 것은 맞다”면서도 “삼성은 이전에도 이 부회장 재판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도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예년과 비슷한 시점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