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판매총판 등 접촉 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차별 조사

중국 정부가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자국 제품이 불이익을 받는지 실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전기버스 시장점유율 감소에 따라 자국산 전기버스를 포함해 중국 업체가 전기차·전기버스에 주로 쓰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시장 차별성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4년째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자국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켜 왔다. 중국 전기버스의 한국 내 피해를 따지기 전에 양국 간 공정한 시장경쟁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한국에 진출한 자국의 완성 전기버스 업체, 판매 총판 업체 등을 대상으로 시장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전기버스 보급 및 시장 정책 관련 부처인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는 아직 접촉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 정부가 이번 조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진출한 중국 전기버스는 비야디(BYD), 베이징자동차, 포톤, 하이거 등이다. 비야디는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 1위, 포톤은 버스 등 상용차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대사관에서 한국 내 영업 활동이나 공공 입찰 과정에서 불이익 또는 차별을 받은 건 없는지 등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답변에 따라 대면 조사도 진행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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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본지가 방문한 중국의 유력 자동차 업체가 운영 중인 전기버스 생산공장.>

중국 대사관이 실시하는 조사 항목은 국내 전기버스 보급 현황이나 시장 전반에 관한 일반 내용을 비롯해 △국내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시한 전기버스 입찰 및 성능 평가 공정성 △중국산 전기버스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인산철 배터리 차별성 등이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를 중국 정부가 어떻게 활용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는 단순히 시장조사 차원일 수도 있지만 자국산 전기버스와 배터리에 대한 차별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초기 단계라는 인식도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최근에 한 지자체가 실시한 입찰에서 중국산이 대거 탈락, 중국 정부가 실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 상공회의소가 아니라 대사관이 조사하는 것으로 볼 때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2017년부터 지난 2년 동안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6%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저상 전기버스에 지급한 구매 보조금 물량 243대 가운데 88대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공급을 확정한 전국 지자체의 456대 물량 가운데 중국 전기버스는 47대로 시장점유율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 정부는 전기버스 국가 보조금으로 차량당 최소 2억원에서 최대 3억원의 정부(환경부·국토부·지자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진입장벽은 실제 높지 않다. 중국 전기버스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대규모 제작자 인증제'를 통해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국산 차량과 같은 자격을 얻는다. 전기모터를 포함한 파워트레인 등 검증을 위한 국내 테스트도 전혀 없다.

중국 버스는 국산 부품 비중이나 생산지와 관계없이 국산차와 동일하게 국가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중국 버스 가격이 3억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비용은 1억원 수준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2016년 초부터 한국산 전기차용 배터리를 차별해 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는 중국에서 수천, 수조원을 들여 대규모 공장까지 짓고도 정상 영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여개에 이르던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 고객사는 지금 대부분이 배터리 공급처를 자국 업체로 바꾼 상태다,

또 전기차나 전기버스 등 완성차를 중국에서 판매하려면 현지 업체와 생산 및 기술 이전을 포함시켜 합작사를 설립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국내 업체 한 대표는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야만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우리 업계 상황과는 달리 중국 전기버스는 아무런 장애 없이 한국에 진출했다”면서 “양국 기업이 정당한 거래를 하도록 공정한 시장 구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