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정책 드라이브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가 집권 초기 내걸었던 공약과 비교하면 빛이 바래는 성적표다. 국가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공약을 내걸고 차근차근 추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 임기동안 노동정책 과속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시장·기업과 조율하며 안착·내실화하는 것이 과제로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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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소기업계는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동결을 주장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워라밸' 실현,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 개선 등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 직후 내건 노동 분야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이미 좌절됐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듬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의결했다. 인상률이 16.4%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10.9%)로 올렸다. 2년 새 30%에 달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어지면서 경영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이 크게 줄어 '고용 쇼크' 우려가 확산하자 최저임금 인상 탓에 고용이 급감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물갈이 된 최임위는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무게를 둬 내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2.9%만 인상했다. 2020년 1만원을 달성 공약은 실현이 불가능해졌고 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 단축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경영계 요구에 따라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최장 9개월 부여하는 등 사실상 추가 준비기간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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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자료:통계청]>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포함한 근로시간 유연화 조치 없이는 주 52시간제 안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50~29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안착 방안이 시급하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사실상 '준비할 여력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정부는 계도 기간 부여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지만 대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섰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막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정부가 경영계 요구에 밀려 근로시간 단축 기조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투쟁하고 있다.

비정규직 감축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 알바와 노인 단기일자리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정규직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수십조원 재정을 투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비정규직 급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비정규직이 750만명에 육박해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조사 방식을 바꾼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규직화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6월 기준 공공기관 15만7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지만,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자회사를 활용한 정규직화 방식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지난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의 정규직화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