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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가 직영하는 주유소 전경. [사진=SK네트웍스]

SK에너지가 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직영 주유소'를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석유사업 부문을 SK에너지로 일원화하고, SK네트웍스는 주유소를 플랫폼화한 '차량공유(카셰어링)' 등을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포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350여곳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6개월 전부터 인수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SK에너지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에 3410곳이 넘는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다. 주유소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를 더하면 점유율은 35% 안팎까지 상승한다.

SK에너지가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향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를 정제한 정유 사업은 도매부터 소매까지 SK에너지로 일원화하고, SK네트웍스는 렌터카 등 렌털 사업에 집중해 향후 급성장할 차량공유 시장에 전사적으로 대비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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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 SK그룹, SK네트웍스 제공]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주유소가 많을수록 향후 카셰어링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기점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그룹에서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이보다 앞서 AJ렌터카를 인수,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밖에 자동차 정비 등을 담당하는 스피드메이트 사업부도 거느린다.

SK에너지가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를 인수하고 그곳에 위치한 스피드메이트를 차량공유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시너지는 기대 이상일 수 있다. 차량 주유부터 수리, 대여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선 업계 1위인 SK에너지가 시가총액 1조2500억원에 이르는 SK네트웍스 주유소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SK에너지가 금융투자자(FI)를 끌어들여 직영 주유소의 자산을 넘기고 운영권만 받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유소 인수 자금을 큰 폭으로 줄여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재 SK에너지 경쟁사인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각각 코람코자산신탁, 맥쿼리자산운용과 손잡고 이 같은 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 측은 “현재 직영 주유소 매각과 관련해 어떤 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SK네트웍스는 2016년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듬해 SK가스에 LPG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