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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자신문DB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졌다. 경기 하강을 막고 0%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경기 둔화와 저물가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내년 1분기 한은이 한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16일 서울 중구 본원에서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했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50%로 내린 지 3개월 만에 연내 두 번째 인하를 단행했다. 이일형 위원과 임지원 위원이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7월 통화정책이 경제성장세 둔화에의 선제 대응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후행적 성격이 강했다.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통화정책 배경을 통해 “앞으로 국내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지난 7월 성장 전망 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0%로 0.6%포인트(P)나 하향조정했다.

저물가도 금리를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경제 주체 심리가 반영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1.8%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 금리로 떨어짐에 따라 '실효하한' 논란이 불거지지만 한은은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기준금리가 이미 실효하한에 근접해 금리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효하한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마지노선을 의미한다.

이주열 총재는 “(국채 매입이나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인 정책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 금리정책에서의 대응 여력이 아직 남아있다”며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완화 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두 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보겠다는 문구가 (단기간 내) 추가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추가 인하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도 실효하한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효하한을 (일부에서 나오는 것처럼) 0.75% 등으로 특정할 수 없으며 이에 얽매어서도 안된다”며 “(최저임금 등) 정부 노동정책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해야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내년 한 차례 추가 인하 후 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신인석, 조동철 위원 등 비둘기파 위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매파적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크다.


박태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채권팀장은 “내년 2월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후 정부 재정정책과 대외 시장 여건에 따라 지금까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