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내년 공공조달 시장에서 혁신성이 뛰어난 기술·제품 1조2000억원 이상 구매를 목표로 정했다. 도입 사례가 없어도 정부가 선도적으로 구매해 혁신 제품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춘다. 연내에 '공공수요발굴위원회'(가칭)를 신설, 혁신 과제를 찾아 수요 창출로 연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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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기자>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16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공공조달 시장에서 '혁신지향 공공조달'(혁신조달)이라는 일종의 도전을 해보려 한다”면서 “전체 공공조달 구매에서 1% 이상을 혁신조달 품목으로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공공조달 구매 규모는 123조원이다. 1%면 1조2000억원 이상이 혁신 기술·제품 구입에 쓰인다. 혁신조달을 적극 시행하고 있는 핀란드는 혁신 제품 구매 목표 비중이 5%였다가 최근 10%로 상향 조정했다.

그동안 국내 공공조달 시장은 '검증' '안정성' 등이 우선 가치로 적용됐다. 시장에서 검증된 기성 제품에만 공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조달 관행에서 벗어나 실험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수준의 혁신 제품까지도 적극 도입하는 '혁신지향 조달 생태계' 구축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다.

혁신조달은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주문에서 기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정부가 혁신 제품 첫 번째 구매자(First Buyer)로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성 요건만 갖춘다면 정부가 먼저 구매해서 써 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한 달 뒤인 7월 국무회의에서 '혁신지향 공공조달 방안'을 확정, 실현됐다.

주 보좌관은 “연간 120조원에 이르는 공공조달 구매력을 통해 민간 부문의 기술 혁신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 기술·제품이 공공 시장에 진입해 성장,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사다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조달은 각 부처가 구매 품목을 정하는 보텀업(상향) 방식과 신설될 공공수요발굴위원회가 혁신과제를 발굴해 추진하는 톱다운(하향) 방식으로 병행 추진된다. 위원회는 청와대에서 주 보좌관이 참여하는 가운데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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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기자>

공공조달제도도 혁신성을 지향하도록 재설계한다. 혁신성 평가를 통과한 시제품을 구매한 공무원의 책임은 면제시킨다. 혁신 제품 구매로 인한 위험과 책임이 두려워서 구매를 기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혁신 제품 구매와 관련해 공공에서 수의계약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단계적 협의에 의한 계약 도입으로 스펙을 결정한 후 최적의 기업을 선정하는 문제해결형 계약 방식도 도입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중점 법안으로 올라가 있다. 공공기관 수요에 기반해 맞춤형 혁신조달 연구개발(R&D) 예산도 증액했다.


주 보좌관은 “전자정부시스템, 공공빅데이터, 드론 등 사업이 혁신 조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 공공 서비스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면서 “궁극으로는 정부의 혁신 성장 정책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