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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호화폐거래소들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프라이버시 코인 퇴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프라이버시코인, 일명 다크코인의 수난시대다.

혁신과 범죄의 중간에 있는 다크코인 진영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퇴출 작업이 독선적이고, 비상식적인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국내 거래소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치로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립은 다크코인이 익명성을 보장해 다크웹상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불법 거래 등을 막기 위해 암호화폐거래소가 다크 코인 상장폐지 강수를 내놓은 것이다.

반면에 이들 코인재단은 기술적 오해에서 비롯된 처사로 다른 국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대응을 예고했다.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는 모네로, 대시, 지캐시 등 6종 프라이버시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다.

오케이이엑스코리아도 지난 10일 모네로, 호라이즌, 슈퍼비트코인 3종의 거래지원을 종료했다. 대시와 지캐시는 잠정 보류했다. 당초 5종 모두 거래지원 종료를 공지했지만 재단에 소명자료를 제출 받아 거래지원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빗썸을 제외한 중대형 거래소들이 이들 프라이버시코인 대상으로 폐지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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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FATF는 지난 6월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방안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FATF 회원국은 내년 6월까지 권고안을 반영한 국내법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FATF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현재 FATF 권고안을 반영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혼선이 발생했다.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거래소는 FATF 권고안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다크코인 상장 폐지에 나선 것이다.

◇“FATF 권고 수용 불가피” vs “일방적 상장폐지 황당”

다크코인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엇갈린다.

상장폐지를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업비트는 국제 기준에 맞는 대응이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올해 6월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FATF 권고사항에 대해 적극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었다”면서 “그 일환으로 송금인과 수취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프라이버시 특성을 보유한 암호화폐에 대해 유의종목 지정과 거래 지원 종료 조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의 종목 지정 시점은 시장 상황 및 고객 보유 수량, 타 거래소 유동성 등 여러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했고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프라이버시코인 재단 측은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상장 폐지했고, 심지어 그 사실조차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시, 지캐시, 모네로 등 재단은 본지에 프라이버시코인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 재단 모두 다크코인 상장 폐지를 거래소가 아닌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상장폐지와 관련 폐지일과 프로세스 내용도 전달 받은 게 없다는 것이다.

대시와 지캐시 모두 뉴스에서 코인 상장 폐지 소식을 접했다며, 그 전에 업비트 등과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고 못박았다.

두 재단 모두 “일방적 상장 폐지는 시장을 위축시키고 거래소에 권력을 집중할 수 있어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라이버시코인 대표격인 모네로도 “거래소가 주장하는 익명성 리스크는 충분히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모네로는 프루프 오브 페이먼트(proof of payment)를 통해 자신의 특정 거래정보를 제 3자에게 입증할 수 있다”면서 “미국 금융제도에서 사용되는 소액결제 방식을 통해 가장자산 서비스제공자(VASP) 간 계좌 인증 방식이 동일하게 사용된다”고 밝혔다. 고객이 개인 주소로 출금을 요청하면 이에 대해 개인 주소라는 것을 미리 통지하고 입금과 마찬가지로 소액결제를 통한 인증절차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모네로 특유의 트랜잭션 어마운트가 비공개라는 점을 활용, 다른 투명한 블록체인에서 할 수 없는 소액결제 검증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거래소 익명성 리스크를 정면 반박했다.

◇대시·지캐쉬, 거래소 기술적 무지가 원인

또 다른 대표 프라이버시코인 대시와 지캐쉬는 이번 다크코인 폐지 사태는 한국 암호화폐거래소의 기술적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사태라고 설명했다.

대시 재단 관계자는 “대시는 FATF 법률 가이드를 준수하고 비트코인으로부터 하드포크된 코인”이라면서 “프라이버시를 약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라이빗 샌드 코인조인 기능이 있을 뿐 거래내역을 은폐하는 익명코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캐시 재단 관계자도 “지캐시는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제미니에 상장돼 있고, 해외에서 다크코인에 대해 문제 제기한 사례가 한 번도 없다”면서 “FATF 준법 사항에도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한국 거래소들이 기술적 오해를 했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 코인 재단은 해외에서 다크코인 폐지 문제가 한 차례 있었지만 실제 폐지로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캐시는 “영국에서 프라이버시 코인이 상장 폐지된 경우가 한 번 있었는데, 이는 규제기관과의 문제가 아닌 은행과의 문제였다”면서 “거래소에서 오히려 고객확인지침(KYC)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코인 재단 측은 실제 범죄나 탈세 등에 악용되는 코인은 비트코인이 90% 이상이며, 많은 거래소들이 익명성 코인을 상장한 것은 기술적 혁신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FATF를 빌미로 마치 범죄수단 코인으로 낙인찍는 것은 블록체인 산업 개방성과 혁신성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향후 이들 재단은 거래소 상장폐지와 관련 공동 대응을 시사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