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던 '기능성 소화불량'을 한의학 개념과 첨단 센서를 활용해 진단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 의료원·산학협력단, 의료기기업체 BNR과 함께 한·양방 융합 복진을 기반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을 진단하는 복진 기기를 개발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미지의 질병이다. 속쓰림이나 식후포만감, 조기만복감 등 증상이 나타나는 흔한 질환인데, 정작 특별한 소화기관 이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위장관 운동성 저하, 음식물 정체로 통증이 유발된다는 가설만 존재한다. 당연히 정확한 약 처방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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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연이 주축이 돼 만든 복진기 시스템 개요

연구팀은 한의학 개념인 복진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복진은 복부 긴장도, 체온, 색, 두께, 통증 양상 등을 살피는 진단법이다. 주요 기관이 몰려있는 복부를 직접 본다는 점에서 기존 설진이나 맥진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

여기에 첨단 센서인 열화상카메라, 뎁스카메라, 압통기, 초음파 영상장치, 전자 청진기 등을 결합했다. 열화상카메라로 복부 체온을, 뎁스카메라로 복부 모양과 높낮이, 색상 등을 파악한다. 압통기는 압력과 통증 간 상관관계를 따지는 시스템이다. 압력과 근육 경직도 정보를 파악한다. 이들 센서로 얻은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종합 분석해 진단 결과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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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색과 입체 기하 정보

복진 기기를 활용해 기능성 소화불량 관련 6개 질병 패턴(변증)도 도출할 수 있다. 위장 운동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약 처방까지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은 복진 기기를 2021년에는 일선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화 할 계획이다. BNR에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현재 한의학연이 중점 연구 중인 '인공지능(AI) 한의사'체계에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김근호 한의학연 미래의학부 박사는 “새로 개발한 복진 기기는 미지의 질병이던 기능성 소화불량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한다”며 “첨단 진단 기기로 정량화된 생체 정보를 얻어 한의학 진단을 과학화하는 AI 한의사 프로젝트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