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3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실제 상승 폭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신차 흥행과 생산 증대, 환율 효과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쎄타2 직분사(GDi) 엔진 품질 보증 비용 9000억원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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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

14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 발표할 현대차와 기아차 3분기 실적이 애초 전망치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품질 비용 반영으로 3분기 영업이익은 현대차 4000억원대, 기아차 2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258.7% 증가한 1조363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차 3분기 영업이익은 302.5% 늘어난 4721억원이었다.

애초 업계가 실적 상승 전망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76% 감소한 2889억원으로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 3분기 신차 판매 호조와 무파업으로 인한 노조 리스크 소멸, 환율 효과가 호실적 전망 배경이 됐다.

그러나 최근 현대·기아차가 쎄타2 엔진 탑재 차량 469만대에 대한 품질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제 상승 폭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조치로 인한 품질 비용은 현대차가 6000억원, 기아차가 3000억원 등 총 9000억원이다. 세부적으로 미국 내 집단소송 고객 화해 보상금 현대차 460억원, 기아차 200억원, 품질 충당금 현대차 5540억원, 기아차 2800억원 등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분기에도 엔진 리콜과 관련해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반영해 실적 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면서 “다만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금액을 확정 발표해 작년보다 충격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엔진에 대한 품질 이슈가 이번 평생 보증을 계기로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향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평생 보증 및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쎄타2 엔진에 대한 외부 우려를 불식시키고, 고객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등 자동차 회사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품질 비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은 숙제다. 현대·기아차는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 미국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원고 측과 화해 안에 합의하고 법원에 화해 합의 예비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사법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만약 리콜 적정성 조사 결과, 늑장 리콜이 판명 난다면 과징금이나 합의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